[시론]임상원/멀고 먼 언론자유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38분


어제(3일)는 유엔이 정한 ‘세계 언론자유의 날’이었다. 91년 5월 3일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에서 열린 ‘아프리카 언론의 독립성과 다원주의의 진흥’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한 언론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는 미디어의 독립성과 다원주의가 필수적”이라고 선언하였다.

▼지능적이고 교묘해진 통제▼

이를 계기로 유엔은 이날을 ‘세계 언론자유의 날’로 선포했으며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올해 유네스코는 미얀마의 일간지 ‘한타와티’의 우윈틴 전 편집장에게 세계언론자유상을 수여했다. 그는 1989년 체포돼 징역 1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현재 양곤 종합병원에 있다. 그는 공산당원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동안 세계의 언론자유는 많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대부분이 후진국이나 분쟁지역에서의 일이지만 지난해만 해도 56명의 언론인이 피살됐다. 1999년에는 유고연방에서만 25명이 숨지는 등 모두 87명의 언론인이 사망했다.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언론의 자유가 신장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언론탄압이나 통제 역시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언론자유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가치이다. 오래된 일이지만 스페인에서는 출판 통제가 주된 업무였던 종교재판소가 설치된 1440년 첫 해에만 298명이 화형에 처해졌다.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언론의 자유는 많은 희생 위에 성장해왔다. 아마 앞으로도 이와 같은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권력의 관계는 태생적으로 갈등적이기 때문이다.

언론과 권력의 대립 관계에서 언론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언론이 틀린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문명사회에서 언론자유란 무엇보다 필수적인 가치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언론자유라는 가치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론자유는 일정한 덕성(德性)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덕성을 강제하거나 적극적으로 계발하려고 할 때 이는 언론자유의 원리를 위반하는 것이다. 이것이 언론자유의 딜레마이다. 이로부터 수많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큰 난제는 보호받을 자격이 없는 언론을 보호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민주적이지도 않고 심각한 사회적 해악을 낳는 언론들이 언론자유의 외투 속에 보호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사회 구성원들이 언론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충분히 접하지 못하고 있으며 공공문제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경우 정부는 규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의 개입이 공론 과정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경우 언론자유를 축소하는 것으로 간주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는 헌정(憲政)을 강화하고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물론 이런 주장은 정부가 지나친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고 하는 말들이다. 개입이 정부의 진심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옳을 수도 있다.

▼정부 개입 선 넘으면 곤란▼

그러나 이런 주장을 인정한다고 해도 동서고금의 예를 보면 이러한 정책은 좋은 결과보다는 그렇지 못한 결과를 낳을 때가 훨씬 더 많았다. 세계가 언론자유를 보편적인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완전하고 절대적인 선(善)이기 때문이 아니다. 보다 더 나은 선택이 없거나 있더라도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자유의 참 모습은 1950∼1960년대 동네 이발관에 걸려있던 풍경화와 같은 것은 아니다. 언론자유란 피카소의 입체화만큼이나 난해한 것이다. 그러나 피카소의 입체화가 풍경화보다 더 사실적이고 진실에 가깝다. 왜냐하면 풍경화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 그린 것이라면 입체화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포함하여 전체를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언론자유는 완전한 것이 아니다. 그것에는 모자람이 있다. 그러나 성숙한 사회는 이런 모자람을 안고 문제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런 자세는 언론자유와 관련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란 이런 사회이다. 지금 우리사회와 정부는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임상원(고려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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