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현직부장판사 "국민 공감 못얻는 판결 '관료司法' 탓"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43분


현직 부장판사가 고위공직자 등 ‘사회적 강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사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8부 문흥수(文興洙) 부장판사는 3일자 법률신문에 기고한 ‘법률과 사랑’이라는 칼럼을 통해 “국민이 사회적 강자에 대해 보다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바라고 있는데도 이 기대가 번번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수뢰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관계 인사들에게 최근 법원이 잇따라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과감하게 법정구속하지 않은 데 대한 여론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볼 수 있다.

문 부장판사는 “법원과 검찰의 업무는 국민의 위임에 따른 것이므로 재판권과 공소권의 행사가 국민의 뜻에 어긋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배임행위”라며 “국민이 법률가에게 등을 돌리고 판결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판사들이 주권자인 국민을 덜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문 부장판사 신문기고 전문

문 부장판사는 “이렇게 만든 원인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판사들을 한 줄로 세우고 모든 인사권을 대법원장에게 집중하는 현재의 관료사법시스템”이라며 “이런 분위기는 역사에 길이 남는 판사가 되기보다 눈앞의 승진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관의 무더기 이직현상과 관련해 “모든 법관이 퇴직 후 변호사로 나서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며 “언젠가 변호사를 할 것이라는 잠재의식이 법관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한 진정한 법관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문 부장판사는 99년 수원지법 부장판사 시절 법조비리 문제가 불거지자 법관 전용 통신망에 사법제도의 개혁을 주장하는 장문의 글을 띄워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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