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눈으로 가고 입으로 온다. 이것이 맛의 정서다.
춘천 막국수집으로는 3대째 30년을 자랑하는 ‘샘밭(泉田) 막국수집(최명희·033-242-1702)’이 널리 알려져 있다.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샘밭골) 3리에 있으며 양구`-`화천으로 나가는 오음리 삼거리 입구에 있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로 쏘가리나 닭갈비, 빙어로도 유명하지만 막국수를 메뉴로 내건 음식점만도 1200여 개에 이른다.
“막국수는 메밀과 전분의 배합이 중요합니다. 또 국숫발을 끓는 물에서 순간적으로 기절시켜 건진 후 식히는 과정에서 씹히는 맛이 결정됩니다.” 주인 최명희씨(65)가 밝힌 축적한 맛의 노하우다. 최씨는 이발사 남편에게 시집온 후 대식구를 건사하느라 부업 삼아 공사장 인부들을 상대로 백반장사를 하다가 새참으로 막국수를 내놓았더니 모두들 입맛에 차지다고 하여 방향을 아예 그쪽으로 돌렸다고 한다.
고명과 양념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막국수의 맛은 누구나 손쉽게 낼 수 없다고 말한다. 막국수, 편육, 감자전, 녹두전, 순두부, 모도부 등을 따로따로 낸다. 옥수수엿기름에 쌀로 떠낸 청주도 일품이다. 이제 막국수는 시내 명동 골목의 닭갈비와 함께 서민들의 향수식품으로 강원도 어디서나 자리를 굳혔다. 그래서 강원도를 지나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막국수와 감자떡은 그 향수를 집히는 데 감미로운 입맛을 남긴다.
막국수는 아무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거리낌없이 들 수 있다고 하여 ‘막’이라는 접두사가 붙었음을 알 수 있다. 막노동-막소금 같은 그 ‘막’의 쓰임새는 음식에서 품위 없는, 또는 격이 낮은 것으로 치부할 것 같지만, 막국수는 메밀의 순후한 맛과 전분의 녹말이 내는 맛의 합성으로 구수하면서도 쫄깃하다. 그러나 밀가루를 쓰면 너무 쫄깃하고 막국수의 맛은 나지 않는다. 너무 쫄깃한 것은 ‘밀가루+메밀 약간’으로 보면 틀림없다. 이렇게 하면 막국수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없음도 일반적인 상식으로 통한다. 지금은 잿물 성분의 ‘가성소다’를 금지시켜 쓰지 않지만 즐겨 먹던 자장면발의 그 향수음식의 쫄깃한 맛도 알고 보면 이 때문이었음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막국수의 그 쫄깃한 맛을 내는 재료는 전분이다. 고구마나 감자의 전래로 우리 식탁은 맛을 더하게 되었는데, 고구마에 관해서는 18세기 중엽 영조 39년의 기록이 보인다. 이 해에 통신사로 일본에 갔던 조엄이 대마도에서 씨고구마를 부산진에 보냈고, 고구마란 이름은 고귀위마(古貴爲麻)에서 따왔다. 또 감자는 본래 북저(北藷)또는 북감저(北甘藷)란 이름으로 고구마보다는 60년 늦은 순조 때 처음 들어왔다. 장마나 가뭄에 강해서 구황식품의 일등 공신으로 북학파인 박제가가 쓴 ‘북학의’(北學議)에도 적혀 있다.
숱한 역사의 침탈에도 우리의 목숨을 부지하게 했던 고구마나 감자가 이처럼 향토식품으로, 막국수의 ‘막’과는 달리 그 품격을 끌어올리고 향수식품으로 튼실하게 자리잡아 강원도를 여행할 때마다 새삼 느꺼운 입맛을 되살리게 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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