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월드/베이징 산책]중국 도량형 통일이 성장 견인차

  • 입력 2001년 5월 4일 13시 37분


쓰촨(四川)성 어메이(峨嵋)산은 중국산 원숭이의 자연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중국여행 가이드북에도 이 산을 여행할 때는 카메라나 모자를 조심하라는 말이 반드시 들어 있다. 언제 숲속에서 짓궂은 원숭이가 달려들어 모자를 벗기거나 카메라를 뺏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원숭이가 이처럼 명물이다 보니 이 곳에는 원숭이를 데리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있다. 관광객들이 원숭이와 함께 사진을 찍게 하고 돈을 버는 것.

그런데 어설픈 중국어로 둬사오첸(多少錢, 얼마냐) 이나 하우 머취(How much) 하고 물은 채 찍었다가는 나중에 입씨름을 벌이기 십상이다. 계산단위 때문이다.

중국어는 우리말과 달리 계산단위가 뒤에 붙는다. 몇원 한마리(X元一只) 몇원 한근(X元一斤) 이라는 식으로 말끝머리에 단위를 붙이며 가끔 생략도 한다. 원숭이와 사진을 찍을 때 두마리와 찍으면 배로, 세마리와 찍으면 세곱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우리에 비해 생활에서 단위개념이 분명하다.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뒤 제일 먼저 도량형을 통일하는 일에 착수했을 정도. 마오쩌둥(毛澤東)도 전통적인 도량형을 현대식 서양 도량단위와 쉽게 환산할 수 있도록 대폭 손질했다.

마오는 한 근(斤)을 500g으로, 두근을 서양의 1kg과 같은 1공근(公斤)으로 정했다. 1리(里)는 500m로, 1km인 2리는 1공리(公里)로 부르도록 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추진한 개혁개방과 시장경제화는 앞서 마오가 실시한 도량형 개선이 밑바탕이 된 것.

중국 상인들은 배추나 수박, 생선, 육류 등은 물론 계란과 만두까지도 저울로 달아 정확하게 판다. 물건 종류에 따라 계량단위가 달라지고 눈대중이 기준이 되는 우리사회의 관행과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같은 한근이라도 물건에 따라 근의 기준이 달라진다. 딸기와 쇠고기 한근의 무게가 왜 다른지는 누구든 한번쯤 궁금하게 여겼을 것이다.

최근 중국은 저울 사용에 대한 단속과 규제를 대폭 강화, 일반 가게에는 아예 눈금이 나오는 저울 사용을 의무화했다. 중국의 발빠른 시장경제화와 급속한 성장은 도량형을 개선하고 저울 눈금에도 신경쓰는 정부의 정책이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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