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스쿨존은 어린이 위험구역?…장충초교앞 120m 현장점검

  • 입력 2001년 5월 4일 18시 32분


4일 서울 중구 장충초등학교 앞. 보행로와 차로의 구분이 없다
4일 서울 중구 장충초등학교 앞.
보행로와 차로의 구분이 없다
“저것 좀 보세요. 아이들하고 자동차하고 뒤섞여서 완전히 난장판이잖아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11시경 서울 중구 신당2동 장충초등학교 앞. 하교시간에 맞춰 아들을 데리러 온 주부 황혜란씨(34·서울 성동구 금호1동)는 각종 차량이 씽씽 달리고 있는 학교 앞 사거리를 가리켰다.

이곳은 어린이들의 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의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실상은 ‘어린이 위험구역’이나 다름없었다.

▼차량-아이들 '곡예통행'▼

이날 오전 고건(高建) 서울시장과 송자(宋梓)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대표 등 각계 인사 30여명은 직접 어린이들의 눈높이로 학교 앞 120m를 걸었다.

우선 학교 쪽 진입로에 있는 W주유소가 눈에 띄었다. 수시로 주유소를 찾는 차량들이 뒤엉켜 이곳을 지나는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다.

주유소를 지나 학교 쪽으로 50m 정도 올라가자 이면도로와 만나는 교차로가 나타났다. 별도의 보행도로와 차도의 구분이 없어 어린이들의 아슬아슬한 ‘곡예통행’이 계속됐다. 차량의 경적소리도 잇따랐다. 차량 및 오토바이가 아이들과 불과 10㎝ 간격으로 지나치는 위험한 순간도 수시로 목격됐다. 차도와 인도를 분리시키는 방호울타리는 학교 정문의 왼쪽 70m 구간에만 설치돼 있었다.

▼방호울타리 없어 사고위험▼

고 시장이 하교하던 최창균군(9·장충초교 2년)에게 “학교에 다니면서 위험한 곳이 어디냐”고 묻자 “사거리가 제일 위험해요. 차들이 너무 빨리 달려요”라고 호소했다. 고시장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 찼다.

이날은 불법 주정차 차량이 적었지만 평소에는 차량들이 도로 한 편을 점령, 등하교길이 더욱 위험스럽다고 주민들은 귀띔했다. 주민 이정민씨(61)는 “인근에 평화시장과 영세 의류업체가 밀집해 있어 물건을 실어나르는 차들과 오토바이가 쉴새없이 다닌다”면서 “하지만 아이들 등교시간에 경찰이 교통정리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에서 스쿨존으로 지정된 곳은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등 모두 830곳. 그러나 스쿨존으로 지정된 다른 학교 주변의 상황도 이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등하교때 교통정리 안해▼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최근 상해 및 교통사고로 인한 1∼14세 아동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6개 회원국 가운데 최고인 10만명당 25.6명이라고 발표했다. 99년 전국적으로 사고로 숨진 아동 1467명 가운데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는 697명(47.5%)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고 시장 "위험시설 정비' 약속▼

‘학교 앞 현실’을 심각하게 지켜본 고 시장은 “앞으로 경찰과 협조해 830곳의 스쿨존에 있는 노상적치물과 위험시설물을 일제 정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량을 피해 아들을 데리고 귀가하던 주부 황씨는 “오늘은 시장이 방문한다고 해서 경찰들이 교통지도를 하는데도 이렇게 복잡하다”며 “1회성 행사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따끔하게 한마디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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