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범경기에서 무홈런에 그쳐 주위에서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자 삼성 이승엽(25·사진)은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달라질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드디어 2001 정규시즌. 이승엽은 4월5일 대구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프로야구 1호 홈런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순조로운 홈런페이스를 보이고 있어 “역시 이승엽”이란 찬사를 듣고 있다.
3일 현재 24경기에서 홈런 7개로 한화 장종훈(8개)에 이어 홈런부문 공동 2위. 24경기를 치렀을 때 6홈런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약간 빠른 페이스.
이승엽은 3일 두산전에서 몸쪽 공을 가볍게 밀어쳐 시즌 7호 홈런을 만들어냈다. 5월 들어 첫 홈런. 그는 99년 월간 최다홈런 신기록(15개)을 세울 정도로 유난히 5월에 강해 특유의 몰아치기가 예상되고 있다.
한때 논란이 됐던 타격 자세는 이제 예전의 ‘외다리 타법’으로 다시 돌아갔다. 시범경기에서 오른쪽 다리를 거의 들지 않고 타격을 해 봤다가 방망이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
하지만 새 타격 자세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삼성 박흥식 타격코치는 “투구동작이 빠르거나 공이 빠른 투수가 등판하면 오른쪽 발을 조금만 들고 배팅타이밍을 맞춘다”고 귀띔한다. 강속구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스윙 폭을 줄이고 정확성에 치중한다는 얘기.
미국프로야구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치로가 150㎞가 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과의 대결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른쪽 다리를 크게 흔드는 ‘시계추 타법’을 포기한 것과 같은 이치다.
‘외다리 타법’과 새 타법을 필요에 따라 혼용하고 있는 이승엽은 현재 타율(0.316)과 홈런 부문에서 팀내 선두를 달리고 있어 일단 공격의 효율성 면에서 성공적.
97년과 99년, 2년 주기로 홈런왕에 오른 그는 “몸 컨디션도 괜찮고 타격감도 좋다. 올해는 지난해처럼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대구〓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