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제개혁모델을 연구하기 위한 조사단을 유럽에 파견하기로 한 것이나 인권상황개선을 위해 유럽연합(EU)과 대화를 하기로 한 약속도 주시해볼 만한 일이다.
김 위원장이 미사일발사 유예기간을 2003년까지로 잡은 데는 그때가 북―미 제네바합의에 규정된 북한의 경수로 완공 시점이라는 등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가 있었겠지만 ‘미국과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미사일발사를 유예하겠다’는 종래의 조건부 입장에 비하면 진전된 자세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장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 대화의 ‘공간’을 북한이 먼저 나서 마련하겠다는 ‘명분 쌓기’ 속셈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에 보내는 평양측의 간접적인 대화제의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도 며칠 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대북(對北)정책 검토를 최대한 조속히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관계가 하루빨리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 발전되길 바란다.
페르손 총리가 2차 남북한 정상회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뜻을 확인한 것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페르손 총리는 어제 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김 대통령과 2차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면서도 미국의 대북정책검토가 끝나는 것을 기다리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당초 올 상반기로 예상됐던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나 남북한 장관급회담, 적십자회담 등이 북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지연되는 이유가 바로 부시행정부에 대한 평양당국의 불만 때문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 셈이다.
그러나 남북한 관계를 북―미 관계에 연관시키는 북측의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남북한 관계가 북―미 관계에 종속되거나, 선(先)북―미 관계 후(後)남북한 관계라는 식의 발상은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오히려 남북한관계가 북―미 관계를 선도하거나 병행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북한측이 강조하는 자주의 원칙에도 맞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결정될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하루빨리 남북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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