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은 급우들이 다른 급우를 괴롭힐 경우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가세할 만한 어린 나이. 하지만 김양은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뇌성마비 친구 홍성봉군(11)을 엄마나 누나처럼 돌봐왔다.
김양은 98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후 같은 반에 들어온 홍군이 침을 흘려 옷을 적신 모습을 보고 손수건을 꺼내 닦아 줬다. 그후 김양은 홍군의 ‘그림자’가 됐다.
매일 아침 8시반경 김양은 인근의 홍군 집에 먼저 들른다. 학교까지는 100여m. 하지만 홍군은 몸을 잘 가누지 못해 대개 수업 시작 직전에야 가까스로 학교에 도착한다.
김양은 쉬는 시간이면 홍군 가방에서 교과서와 공책을 꺼내 다음 수업 준비도 해주고 덧셈 뺄셈도 가르쳐 준다. 화장실에도 데려간다. 남매처럼 손을 잡고 다니는 김양의 손에는 늘 손수건이 쥐어져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김양은 가장 먼저 배식을 받아 홍군에게 갖다 준다. 비빔밥이면 비벼 주고 때로는 밥도 먹여 준다. 김양은 홍군이 여기저기 흘린 음식물을 주워 모아 잔반 처리까지 한 뒤에야 숟가락을 든다. 매일 홍군을 하교까지 시켜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선 청소 당번을 면제받았다.
김양은 가정 형편은 어렵지만 마음과 표정은 항상 밝다. 그러나 짓궂은 아이들이 홍군을 놀릴 때면 무서운 얼굴로 변한다.
담임 김영순(金英順·47)교사는 “금순이가 자기가 없으면 성봉이가 생활하기 힘들다며 자청해 둘은 지금까지 줄곧 같은 반이었다”며 “처음 담임을 맡았을 때 어른인 나도 성봉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금순이의 정성이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양의 어머니 안금자씨(32)는 “처음에는 금순이의 행동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꺼려졌지만 이를 계기로 성봉이 부모와도 친해졌고 장애인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양은 4일 선행부문 충북교육감상을 받았다. 김양은 “크면 장애인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