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항 비호의혹 합조단에 '직격탄'…상층부 전원 조사방침

  • 입력 2001년 5월 4일 18시 45분


박노항(朴魯恒)원사의 군내 비호세력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가 국방부 합동조사단 수뇌부로 확대되고 있다.

군 검찰은 당시 합조단장이던 예비역소장 김모씨를 소환 조사한 것을 비롯해 보고라인에 있던 합조단 간부들을 전원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군 검찰은 4일 “이번 수사엔 어떠한 성역도 없다”며 합조단의 조직적 비호 여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도 군 검찰은 김 전단장에 대한 조사에 대해 “진상확인 차원에서 김씨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 전단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계기로 군내 양대 수사기관인 군 검찰단과 합조단의 알력과 갈등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 전단장은 육군 헌병병과의 최고 계급자였다. 김 전단장에 대한 조사를 군 검찰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한 점이나, 조사를 마친 뒤에도 “지금으로선 김 전단장을 추가 소환할 계획은 없다”며 일단 선을 그은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김 전단장이 ‘박원사 및 헌병동료 간의 도피모임’에 대해 이모 준위로부터 보고를 받고도 “당장 잡아오라”고 지시하지 않고 “설득해 데려오라”고 한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게 군 검찰의 판단이다.

군 검찰 관계자는 특히 “특별검거반에서 헌병수사관을 배제한 뒤 2개월만에 박원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박원사의 도피 초기뿐만 아니라 특별검거반의 활동이 시작된 이후에도 헌병수사관들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내비친 것이다.

나아가 군 검찰은 역시 합조단장을 지낸 조모 예비역소장의 소환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조 전단장의 경우 박원사의 보직관리를 해주는 등 매우 아꼈다는 점에서 도피과정의 비호나 은닉이 아닌, 병역비리 공범 여부를 가리는 차원에서 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군 검찰의 수사가 최상층부까지 번지자 합조단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 흥분하고 있다. 합조단의 한 수사관은 “그저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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