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는 부산교구의 민병옥(閔炳玉·55) 부제가 지난달 25일 부산교구 주교좌성당에서 부산교구장인 이대용(李大鏞) 주교로부터 정식으로 사제 서품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여성 사제의 탄생은 1890년 국내에 성공회가 전래된 이후 처음이다.
세계성공회는 1862년 영국성공회에서 최초로 여성을 부제(副祭·사제가 되기 직전의 성공회 성직자)로 서품한 이후 각국 성공회가 자율적으로 여성을 사제에 서품하도록 1969년 결의한 바 있다. 대한성공회에서는 지난해 5월 열린 제18차 전국의회에서 교회법을 개정해 여성 사제의 길을 열어놓았다.
민 사제는 전주 한일신학교와 성 미카엘 신학원(성공회대학교의 전신)을 졸업한 뒤 성공회 부산교구 파송전도사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부제로 서품됐다. 성공회 사제는 결혼을 할 수 있으나 민 사제는 독신이다.
민 사제는 “초대교회의 전통을 이어받아 성사(聖事)와 말씀에 충실한 성공회 사제가 된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대한성공회에서는 70년대 여성 사제에 대한 긍정적 논의가 일어 민 사제 등 여성 3명이 처음으로 성 미카엘 신학원 과정을 마쳤으나 오랫동안 사제 서품이 허용되지 않아 민 사제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은 교회를 떠났다.성공회 관계자는 “민 사제는 자신을 신부로 불러주기를 바라고 있으나 신부 속에 남성을 지칭하는 의미가 들어 있어 여성 사제에게도 적용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