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집필하면서 각별히 유념한 것은 문체이다. 즉, 무엇을 쓸 것인가 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에 더 신경을 많이 쓴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의 문체는 ‘각별’하다. ‘과학’을 빙자한 객관성의 허구를 이야기하기 위해 광고 문안을 이용하고,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의 주인공인 개미를 통해 과학 위에 건설된 인류 문명을 질타한다.
대학생 정도의 젊은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교재의 형식을 갖춘 이 책은 이 시대의 지적 소통 방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강사로 끊임없이 실험적인 강의를 시도하며 사회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온갖 언어들이 섬광처럼 명멸하는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속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여러 차원에서 중층적으로 가로놓여 있는 경계들을 넘어”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 가는 ‘소통의 광장’을 찾아간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나온 작은 산물이다.
세상의 변화 속도만큼 의사 소통방법도 변하고 있는데, 가르침을 원하는 젊은이에게 보기만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개론’이나 ‘…총론’ 류의 책을 내놓는 것은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
숫자의 마술로 통계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시도하고, ‘체면’이라는 화두로 자기 존엄성의 문제를 성찰하며, 몸과의 대화를 통해 의료의 문제에 접근하고…. 저자가 시도하는 이런 방식은 이미 일상의 대화나 강의실에서 흔히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처럼 이를 교과서의 형식으로 끌어내는 시도들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여러 해째 계속돼 온 글 쓰기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연히 글 쓰기의 다양한 ‘성과’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