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코냑, 이 한잔에 나를 보낸다

  • 입력 2001년 5월 4일 18시 53분


◇향으로 …맛으로 …빛깔로 …코냑 이 한잔에 나를

▽"분위기내는데 그만" 코냑 마니아 젊은 층으로 확산

‘매혹의 술’ 코냑에 심취한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은근하고도 깊은 맛,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에 주당들의 마음은 설렌다. 호텔 바에는 전통적인 코냑 애호층인 40대는 물론 퇴근 후 가볍게 한잔하러 오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신라호텔 교육원 이정주 과장은 “와인이 건강에 좋은 술로 알려지면서 코냑도 덩달아 인기”라며 “술맛을 알게 될수록, 즐겨 찾는 술의 종류도 칵테일에서 위스키로, 다시 코냑으로 바뀌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코냑은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의 한 종류. 그 중에서도 특히 프랑스 남서부 해안 코냑지방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를 코냑이라고 하고 신맛이 강한 와인으로 만드는 상파뉴지역 코냑을 최고로 친다.

‘코냑의 친구는 시간이다’란 말처럼 코냑은 오크통 속에서 오래 숙성돼야 제맛과 빛깔을 낸다. 힐튼호텔 식음료부 조이환 차장은 이를 “둥글어진다”고 표현한다. 자극적인 맛이 사라지고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부드러워진다는 것.

해마다 4월1일을 공식 증류가 끝난 날로 정해 다음해 4월1일이 되면 1년으로 계산한다. ‘스리스타(★★★)’ ‘VO(Very Old)’ ‘VSOP(Very Superior Old Pale)’ ‘나폴레옹’ ‘XO(Extra Old)’ ‘EXTRA’ 등으로 숙성기간을 표시한다. 통상 스리스타는 5년, VSOP는 10년, 나폴레옹은 15년, XO는 20년 이상 묵혔다는 뜻. 그러나 법에서 보증하는 것은 스리스타뿐, 나머지는 모두 관습적으로 붙인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코냑은 각 회사의 셀러(Cellar) 마스터가 독특한 맛과 향을 갖도록 위스키처럼 블렌딩한 것이다. 배합비율과 숙성 기간은 철저히 비밀. 현존 최고(最古)의 코냑 브랜드는 1643년 탄생한 오지에다. 오지에의 스리스타는 루이 14세를 뜻하는 ‘솔레이(Soleil)’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헤네시, 마르텔, 쿠르부아제는 세계 3대 코냑 메이커로 꼽힌다. 애호가들의 귀에 익은 카뮈, 레미마르탱 등도 코냑의 명가(名家).

값은 천차만별이다. 몇몇 회사들이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한정 생산한 ‘밀레니엄 코냑’이 호텔 바에서 580만원. 이보다는 덜하지만 최상급인 EXTRA급은 보통 수백만원대다. 수년 전 외유에 나선 국회의원들이 샀다고 해서 유명세를 탄 ‘루이 13세’는 레미마르탱의 EXTRA급 코냑이다.국내 공식 소믈리에(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관리하고 손님들에게 추천해주는 전문가) 1호인 서한정씨는 “굳이 값비싼 것이 아니라도 부부끼리, 연인끼리 분위기 있게 한잔하는 데는 코냑이 그만”이라고 권했다.

◇코냑 전문가의 '제대로 마시는 법'-

"싱글 1잔에 1온스 …석잔 넘기지 말아야"

힐튼호텔 식음료부 조이환차장(48·한국바텐더협회 고문·사진). ‘술 맛’에 관한 한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전문가다. 국내외 주류회사들도 신제품을 선보이기 전에 그에게 먼저 술을 보내 평가를 받을 정도.

호텔 지하1층 바 ‘오크룸’에서 만난 그에게서 ‘코냑 맛있게 마시는 법’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우선 코냑은 식사 후에 ‘멋과 맛으로’ 마시는 술이다. 따라서 과음은 절대 금물.

“목이 짧은 코냑전용 글라스에 1온스(싱글), 또는 2온스(더블)만 코냑을 붓습니다. 1온스라면 글라스를 옆으로 뉘어도 술이 흐르지 않을 정도의 분량이지요. 아무리 많아도 석잔을 넘기지 않습니다.”

다음은 바닥이 넓은 글라스를 두 손으로 감싸쥐고 체온으로 데운다. 최근에는 코냑도 물을 타거나, 얼음을 넣어 ‘온 더 로크’로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정통은 아니다. 코로는 특유의 향을 맡고, 한 모금 입에 넣어 혀로 돌리며 음미한다.

코냑은 따로 안주가 필요 없는 술. 굳이 들자면 치즈와 커피 정도. 커피는 진한 에스프레소가 좋다. 소시지의 일종인 살라미, 말린 쇠고기, 거위간, 오리간 등도 괜찮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코냑과 ‘궁합’이 제대로 들어맞는 것은 시가. 조차장은 “코냑도 나무통에서 숙성되고, 시가도 나뭇잎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기막히게 어울린다”며 “시가의 끝을 코냑에 담갔다가 피우는 맛은 비할 데 없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헤네시사 아시아 공략 박차 신제품 출시 '오리엔탈 이벤트'-

"코냑 한국 술시장 비중 5년내 10% 이를것"

세계 최대의 코냑 생산업체인 프랑스의 헤네시(Hennessy·프랑스어 발음 에네시)사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 공략에 발벗고 나섰다.

헤네시사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코냑의 40%를 점하고 있을 정도로 자타가 인정하는 ‘코냑 왕국’. 신흥시장인 일본 중국 등 아시아시장에는 80년대에 발을 들여놓았다. 최근 몇년간의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 매년 20% 이상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96년 우리나라에도 지사를 설립한 뒤 세계 최고의 품질과 브랜드를 내세워 급속히 시장을 파고들었다. 매출액은 매년 30%씩 신장돼 아시아시장 평균을 훨씬 앞지른다.

지난달에는 이색적인 신제품 출시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1883년 프랑스 파리에서 운행을 시작한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의 동남아 노선을 통째로 빌려 깜짝 이벤트를 가진 것. 현재 유럽 동남아 호주 등을 달리는 이 열차는 영국의 유명 추리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의 무대가 되기도 한 ‘꿈의 열차’.

1년 전부터 행사를 준비한 헤네시사는 아시아 각국의 헤네시 관계자 및 협력업체 대표들을 초청했다. 태국 방콕에서 말레이시아 페낭까지 1박2일의 열차여행 중 참가자들에게는 특급호텔 뺨치는 최고급 시설과 서비스가 제공됐다. ‘특별한’ 열차인 만큼 탑승 비용도 1인당 최저 100만∼250만원선.

헤네시사가 이번 행사에서 소개한 신제품은 14종의 포도원액으로 만든 ‘프라이비트 리저브’. 에네시 관계자는 “향이 강렬하면서도 기존의 코냑보다 부드러워 여성 애주가들이 즐기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리차드 헤네시’와 ‘파라디 엑스트라’ 등 두 종류의 최고급 코냑을 재출시한 기념 이벤트도 가졌다.

창립자 이름을 그대로 딴 리차드 헤네시는 100년 이상 숙성된 원액 등 최상의 원액을 엄선해 혼합한 뒤 크리스털 병에 담은 헤네시의 ‘얼굴’. 파라디 엑스트라 역시 수십 가지의 최상급 원액으로 만들어졌다. ‘리차드’와 ‘파라디’의 국내 소비자가격은 각각 300만원, 40만원 선.

헤네시사의 질 헤네시 수석부사장은 “지금의 추세로 볼 때 전체 주류소비량의 1.7% 남짓한 한국의 코냑시장이 5년 안에 10%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콕〓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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