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바빠, 그렇지?” (본문 26쪽)
책을 펼치면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빠 곰의 모습이 보인다. 아빠 곰 뒤에는 ‘긴급서류’라고 적혀 있는 파일박스가 세 개나 쌓여 있고, 잔뜩 긴장한 표정의 아빠 곰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전화기는 석 대. 아빠 곰은 한 손으로는 전화를 받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무언가가 가득 적힌 메모지 너 댓 장이 책상 위에 흩어져 있다. 무척 바쁜 에밀의 아빠.
두 번째 장면은 집이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긴 했지만 아빠 곰은 아직도 하얀 와이셔츠에 양복바지 차림이고 여전히 통화 중이다. 아기곰 에밀이 다가온다. 에밀은 반은 부끄럽고 반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칭찬을 기대하면서― 아빠 곰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빠 곰은 손을 휘휘 내젓는다. 아마도 중요한 전화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빠, 제가 그린 것 좀 보세요.”
“잠깐만, 지금은 안 돼.”
때로는 머쓱하고, 때로는 서운한 아기 곰의 표정이 생생히 살아 있다. 일에 쫓겨 깜박 잊고 미리 사 둔 아들의 생일 선물을 사무실에 두고 온 바쁜 아빠의 당황하는 표정도. 어쩌면 이렇게 우리네 이야기일까!
그 늦은 시간에 선물을 가지러 다시 사무실로 나간 아빠,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차는 끊어졌고 희뜩희뜩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눈송이, 그리고 눈사람처럼 눈과 고드름을 뒤집어쓰고 숨을 헐떡이며 집에 들어서는 아빠.
책장을 덮으면서 아이들이 “아빠, 사랑해요”라고 속삭여줄지도 모르겠다. 그 먼길을 힘겹게 달려온 아빠의 숨소리가, 아무리 어려도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따뜻하게 그려졌기 때문에.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용.
미레이유 달랑세 글 그림 임혜정 옮김, 28쪽 7500원 파랑새어린이
(아침햇살아동문학회)achs003@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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