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한국은 과연 인터넷 강국인가

  • 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34분


세계 어느 국가보다 가장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 접속하는 네티즌들. 10집에 4집 꼴로 인터넷망이 연결되어 있고 그중 2∼3 집은 초고속망을 깔아놓은 곳. 그것도 모자라 전국 방방곡곡에 PC방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나라.

인터넷에 관한 한 무엇 하나 뒤질 게 없어보이는 이 모습은 2001년 한국의 자화상이다. 최근엔 “미국에 이은 세계 두번째 인터넷 강국”이라는 ‘찬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한국은 인터넷 강국인가.

▽활동성은 세계 최고〓가정 인터넷 이용자 면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이어 4위. 여기에서 다시 3월 한달간 실제로 인터넷에 접속한 인구를 집계하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2위다. 인터넷 전문조사기업인 닐슨/넷레이팅스가 세계 21개 인터넷 선진국의 3월 이용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개개인의 인터넷 이용행태에서 한국의 네티즌은 세계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보인다. 1인당 월평균 이용시간, 방문한 사이트수, 본 웹페이지수 등에서 한국은 모두 1위다. 한국 네티즌의 월평균 인터넷 이용시간은 미국보다 6시간36분, 나머지 19개국 평균보다 9시간9분이 긴 16시간51분으로 압도적이다. 또 방문 사이트수는 미국의 2.7배, 본 페이지수는 미국의 3.2배였다. 이것이 독서량이었다면 한국은 ‘가장 많은 책을, 오래 읽는 국민’이 되는 셈.

한국 네티즌은 인터넷 이용에 밤낮이 따로 없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통상 밤 10시부터 인터넷 이용률이 급속히 떨어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오전 2시가 지나야만 인터넷 이용률이 낮아진다.

한국의 ‘빨리빨리’문화는 인터넷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네티즌이 하나의 웹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28초로 세계에서 가장 짧다. 미국 네티즌은 평균 54초, 나머지 19개국 네티즌은 평균 42초였다. 네티즌의 시선을 붙잡으려면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속의 한국 닷컴〓‘네티즌 파워’를 갖고있는 한국은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얼마큼 앞서가고 있을까.

넷레이팅스가 1월 네티즌이 본 페이지 수를 기준으로 21개국 웹사이트의 순위를 매긴 결과 1위부터 4위는 MSN 야후 AOL타임워너 e베이 등 미국 회사들이 석권했다.

그러나 5위부터 10위까지는 6위 야후저팬을 제외하고 다음커뮤니케이션 네오위즈 라이코스코리아 네이버 야후코리아 등 한국 웹사이트들이 휩쓸었다. 100대 사이트를 봐도 미국의 43개에 이어 한국이 17개로 당당히 2위. 일본은 8개로 3위, 독일과 캐나다는 각각 7개로 공동 4위다.

반면 상위권에는 한국 웹사이트들이 포진했지만 조사범위를 확대하면 한국은 갑자기 ‘한계’를 드러낸다. 저변이 넓지 못하기 때문. 주요 6774개 사이트에 포함된 한국 닷컴 수는 불과 3.2%(218개). 미국 일본 캐나다 스웨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호주 등에 이어 10위로 밀린다.

▽약인가 독인가〓한국의 인터넷 이용은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넷레이팅스가 3월 인터넷 이용자를 ‘20세 미만’과 ‘50세 이상’ 두 집단으로 나눈 결과 한국은 41.6%와 5.1%로 격차가 무려 36.5%포인트에 달했다. 인터넷분야에서 가장 심한 ‘세대격차’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25.2%와 21.9%로 격차가 3.3%포인트에 불과하고 일본도 18.4%와 11.5%로 6.9%포인트였다.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은 20세 미만보다 50세 이상이 오히려 2∼5% 포인트 많았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20세 이상이 약간 많은 수준. 이런 불균형은 약이 될지, 독이 될지가 미지수다.

넷레이팅스 김태열마케팅부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젊은층이 구매력을 갖추면 전자상거래 시장도 빠르게 팽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미래의 가능성을 접어두면 부정적인 면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성년자와 청소년이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인터넷 이용이 지나치게 게임이나 오락위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알타비스타코리아가 지난달 10∼30대 네티즌 2531명에게 자주 찾는 검색어를 물었더니 ‘최신가요’라는 응답이 18.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게임 15.7% △여행 12.3% △쇼핑 11.4% △스포츠 9.0% △엽기 9.0% 등의 순. 이에 비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작년 미국 호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개국 네티즌을 대상으로 인터넷 이용목적을 조사한 결과는 ‘정보습득’이 가장 많았다. ‘오락’은 하위권이다.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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