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71년 효심' 91세 박태영옹 훈장받아

  • 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50분


박태영 할아버지가 산소의 잔디를 쓰다듬고 있다
박태영 할아버지가 산소의
잔디를 쓰다듬고 있다
“부모님이 일찍 세상을 떠난 것도 다 자식들의 죄이니라….”

충북 충주시 신니면 마수리 신석마을에 사는 박태영(朴泰榮·91) 할아버지. 그는 아침식사를 마치면 쌍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집에서 1㎞쯤 떨어진 부모 묘소를 찾는다. 6·25전쟁 때 다리를 다쳐 불편한데다 고령이어서 묘소로 가는 데는 40분 가량 걸린다. 그러나 그는 71년째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71년간 ‘시묘(侍墓)생활’로 주위의 칭송을 받고 있는 그는 어버이날인 8일 국민훈장을 받는다.

박씨는 스물한 살 때인 1931년에 아버지를, 그 4년 뒤인 1935년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딸만 내리 여덟을 낳다가 늦둥이 아들을 보시고 참으로 기뻐하셨는데…. 효도 한번 제대로 못하고 세상을 뜬 것이 평생 한이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가 매일 절을 올려온 자리는 움푹 패어 잔디도 자라지 못할 정도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 겨울날에는 묘소에 간 아버님이 돌아오지 않아 가보니 눈이 쌓이면 치우고, 눈이 쌓이면 또 치우고 계시더군요.” 박씨를 모시고 사는 큰며느리 이연희(李蓮姬·66)씨의 얘기다. 장남 장석씨(68)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어쩌다 전남 여수에 있는 막내아들 정석씨(50) 집에 가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부모 묘소가 있는 방향을 향해 절을 올린다.

<충주〓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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