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을 재활용해 합성 하수관(흄관)을 생산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한 경남 김해시 한림면 가산리 (주)상안합성관 정현구(鄭賢九·56)사장과 10여명의 직원들은 요즘 큰 고민에 빠져있다. 회사를 정상 가동하기 위해서는 생산설비를 증설해야 하지만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정사장은 얼마전 환경부 장관에게 “폐비닐을 완벽하게 활용할수 있으나 중소기업으로서는 많은 한계가 있다”며 제품설명서 등을 첨부, 협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으나 반응이 없었다.
또 경남도 관계자를 찾아가 면담했지만 시큰둥했다. 정사장은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할바에야 신기술을 국가에 넘겨 활용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공장을 설립한뒤 연구진을 동원해 폐비닐로 하수관로를 만드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기술개발에 성공, 올 1월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는 1개 라인에서 직경 300㎜, 길이 2.5m짜리 관로를 하루 60여개씩 생산한다.
이 기술은 분쇄한 폐비닐과 자동차 카펫 조각을 일정 비율로 섞어 적정 온도에서 1,2차 용융(熔融)을 시킨뒤 압축재료통에 넣고 제품을 성형하는 것. 모든 제조 과정은 자동화 돼 있으며 소음이나 공해의 발생도 거의 없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합성하수관을 철근콘크리트 흄관과 비교한 결과 강도는 2∼3배 높게 나왔다. 무게는 3분의 1정도로 가볍다. 내약품성도 우수했다. 가격 역시 기존 제품보다 훨씬 싸다.
합성하수관의 최대 강점은 우리나라 농촌지역에 방치된 폐비닐을 그대로 자원화 할수 있다는 점. 환경보호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자원재생공사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9만8134t의 폐비닐이 사용됐으나 수거는 6만4673t이며 이물질을 뺀 실제수거량은 4만5000t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본보 4월11일자 이슈추적 ‘방치된 폐비닐에 전국 옥토 신음’ 보도)되고 있다.
특히 수거된 폐비닐의 재생비용이 1t에 15만원선인데다 전국 4개 처리장의 처리용량도 연간 2만t에 불과해 나머지는 모두 재생공사에서 쌓아두는 실정이다. 자동차 카펫조각 역시 하루 350t이 발생하지만 전량 소각처리되고 있다.
장사장은 “타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라인 3개를 증설해야 한다”며 “최소 10억여원의 자금이 있어야만 공장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일본 요코하마의 한 회사가 성안합성관의 흄관을 주문하겠다고 밝혔고 중국에서도 합작투자 의사를 타진해 오는 등 국내보다 ‘해외’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055―342―3177
<김해〓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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