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6]조지아 퍼시픽 펄프공장의 '녹색경영'

  • 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27분


기업이 공장에서 사용한 공기와 물을 원상태로 깨끗하게 되돌려 놓는다면 정부와 환경단체가 더 이상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까.

미국 조지아주 브른스윅 조지아퍼시픽(GP) 펄프공장은 이미 이런 목표를 달성했다. 그것도 전형적인 굴뚝산업이며 환경파괴산업으로 꼽히고 있는 제지산업에서….

▼글 싣는 순서▼
1. 존슨&존슨
2. 3M
3. 美 기업평가 시스템
4. 다국적 기업 나이키
5. 사우스웨스트
6. 조지아 퍼시픽 펄프공장
7. 네슬레
8. 노키아
9.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10. 전문가 좌담-독자 반응

브른스윅은 미국 동남부 대서양연안의 풍광이 뛰어난 휴양지다. 미국의 부호들과 은퇴한 사람들의 별장이 몰려 있는 작은 도시. 대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 월스트리트의 금융인, 할리우드의 유명배우들이 이 곳에 별장을 가지고 있고 자가용 비행기로 날아와 이 곳에서 주말을 보낸다. 부호들의 별장이 관광코스가 될 정도. 또 휴가철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GP의 공장은 이런 휴양지에 자리잡고 있지만 환경오염 때문에 지역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 브른스윅 공장 매니저인 중국계 데이비드 쾅 박사는 “지난 한해 연방정부, 주정부 등 정부기관으로부터 25번 환경감사를 받았지만 단 한차례도 지적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수만평에 이르는 펄프공장 안에 들어가면 숲에서 옮겨온 목재들이 자동적으로 잘게 썰어진 뒤 다시 톱밥으로 분해돼 펄프공정으로 들어간다. 공장의 야적장에는 톱밥이 산처럼 쌓여있지만 먼지 하나 날리지 않는다. 톱밥에서 제지를 만드는 공정에는 표백제 등 화학물질과 엄청난 규모의 물이 사용된다. 그러나 공장 어디에서도 악취를 맡을 수 없다. 모든 공정뒤에는 공장에서 사용된 화학물질, 공기, 물을 다시 정화하는 환경정화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되기 때문이다. 미국내에는 GP의 이런 공장이 14개 있다. GP는 최근 환경기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한 공장의 문을 아예 스스로 닫았다.

공장인근의 GP사유지 숲인 ‘팀버랜드’에서 벌채하는 과정도 ‘벌채〓숲 파괴’라는 고정관념을 깬다.

GP는 미국의 제지공장들과 환경단체가 합의한 ‘숲 유지하기 프로그램’인 SFI(Sustainable Forest Initiative)에 따라 숲을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벌채를 한다. 올해 필요한 목재량을 계산해 숲의 생태계를 깨지 않는 범위내에서 벌채가 이루어지고 또 벌채한 나무 이상의 묘목을 심는다. 또 숲속에 사는 동물들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세심한 배려가 이루어지고 이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는 곳은 아예 ‘특별구역’으로 지정해서 벌채를 하지 않는다. 부엉이를 보호하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들여 숲속의 부엉이에게 감시장치를 달아 부엉이의 습성과 생태계를 연구할 정도.

미국에서 숲에서 생산된 재료를 이용하는 산업은 제조업의 8%며 산업규모가 2조달러에 이른다. 이런 규모의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마다 숲이 파괴될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다. 미국의 숲은 1차 세계대전 전보다 훨씬 울창하고 잘 보존돼 있다. 미국의 숲중 90%이상이 SFI프로그램에 따라 철저하게 통제되고 계산된 벌채와 숲가꾸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과연 기업이 이런 환경투자를 하면서 어떻게 이익을 창출하고 생존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GP본사가 있는 애틀랜타시로 가서 환경문제를 담당하는 수전 모어 부사장을 만났다.

수전 부사장은 “사회에서 아무런 요구도 없는데 기업이 먼저 나서서 환경을 보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90년대 들어 정부와 환경단체들로부터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환경관련 규제가 많아지면서 회사에서 ‘수동적으로 환경법규에 끌려가느니 능동적으로 환경보호로 나가자’는 인식의 전환을 한 뒤에 이같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사무용 가구, 건축자재, 제지, 생리대 화장지 등 각종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의 특성상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아예 기업이미지를 ‘환경파괴 기업’에서 ‘환경보호 기업’으로 바꾸기로 결심한 것. 환경 자체를 회사의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역(逆)발상이다.

GP는 회사를 환경친화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환경관련 내부지침을 만들고 400여명의 환경전문가를 고용, 900여개에 이르는 공장과 시설물들을 환경지침에 따라 감사를 하면서 모든 공정과 기업활동을 환경에 초점을 맞추면서 개선해나갔다. 전직 환경부 장관을 환경책임자로 위촉할 정도. 최근에는 환경감사를 아예 외부기관에 맡겨 감사결과를 공표한다. 어떤 공장이 정부로부터 어떤 지적을 받았고 어떤 공장이 주민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는지까지 상세하게 공개한다.

GP의 이런 과감하고 적극적인 환경관련 활동은 연간 2억달러가 넘는 환경관련 투자비에서 지원된다. 최근에는 환경보호 활동을 공장내에서 지역사회로까지 넓혀 각종 환경단체의 활동에 비용 일부를 대준다. GP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의 환경보호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해준다.

수전 부사장은 “GP에는 CEO가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최고경영자고 또 한 명은 ‘Chief Enviroment 0fficer’라는 농담이 있다”며 “그만큼 환경을 중요시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미 애틀랜타-브론스윅=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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