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선과 악을 대표하는 지브릴 파리슈타와 살라딘 참차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현실과 꿈을 교차시키면서 사랑과 배반 등 온갖 사연들이 이어진다.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형식은 ‘아라비안 나이트’를 떠올리게 하고, 악마가 인간을 제물로 삼는 내용은 ‘파우스트’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이 이슬람교도의 분노를 산 것은 이슬람 예언자인 무하마드의 예언을 불신하고 그의 열두 명의 아내를 창녀에 비유한데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일부를 ‘악마의 시’로 언급한 것 때문.
1998년 이란의 모하메드 대통령이 루시디 사형선고를 철회했지만 루시디 파문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이슬람 과격파들이 제시한 살해 현상금이 여전히 유효하고, 지난해 초에는 이란 외무부 장관이 작가 사면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루시디는 현재 미국 뉴욕에서 은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번역본을 펴낸 문학세계사측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불미스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에도 이슬람교도가 적지 않은데다, 특히 인도나 파키스탄 지역에서 온 국내 외국인 노동자 중 과격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
이에 따라 출판사 측은 번역자의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루시디 파문이 한창이던 1991년 이탈리아와 일본에서 이 소설의 번역자가 이슬람교도에 의해 테러를 당한 적이 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