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4월 예탁금 증가는 '배당금 덕'

  • 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37분


고객예탁금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증권거래소는 7일 “예탁금이 급격히 증가해 올해 최고치인 9조원에 육박하는 8조79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이달초 “4월 한달 동안 증권사 고객예탁금이 1조83억원 증가했다”는 발표를 했다.

예탁금의 증가는 주식 투자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다. 돈이 증시에 몰려 주가가 오르는 ‘유동성 장세’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예탁금의 증가 추세가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의 시작을 가져올 수 있을까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외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예탁금 정말 늘었나?〓수치상으로는 분명 증가했다. 그러나 이 중 투자자들의 ‘빚’에 해당하는 신용잔고와 미수금잔고를 뺀 ‘실질 예탁금’을 살펴보면 사정이 다르다.

올해 실질 예탁금 평균은 7조6000억원인데 4월 실질예탁금은 8조1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평균보다 5000억원 정도 늘었을 뿐이다.(그래프 참조)

3월과 비교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산출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4월에 증가한 실질 예탁금 증가액은 약 4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지난달 증시로 유입된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액은 대략 8000억원이다. 배당액의 증시 유입은 ‘원래 증시로 올 돈이 유입된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신규 자금의 유입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배당액을 뺄 경우 4월 예탁금은 올해 평균치보다는 3000억원, 3월 예탁금보다 4000억원 가량 오히려 감소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우증권 황준현 애널리스트는 “지금 상황에서 예탁금의 표면적 증가는 큰 의미가 없으며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등 다른 계기가 있어야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장세의 가능성〓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를 보였던 올해 1월 랠리와 비교해도 최근 예탁금 추이는 차이가 있다. 올해초 랠리 때는 6조4000억원에 불과했던 예탁금이 랠리 시작 이후 약 보름만인 1월18일에 9조원을 돌파하는 폭등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달에는 배당액의 증시 유입에도 불구하고 예탁금은 1조원 가량이 증가했을 뿐이다.

게다가 배당액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성향이 일반적으로 ‘우량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시중 자금의 본격적인 증시 유입은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조짐이 보여야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교보증권 김정표 애널리스트는 “투신권과 증시에 대해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투자자의 신뢰가 회복되기 전에는 급격한 유동성 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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