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에 온 헨리 김씨(27)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대학원에서 응용공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던 중 자원 입대한 피터 리(29·한국명 이성복)씨. 이들은 최근 2년 2개월간의 군 생활을 마감했다.
헨리 김씨가 영주권을 포기하고 귀국한 1차적 이유는 국제통화기금(IMF)경제난으로 인해 사업이 기운 아버지를 돕기 위해서였다.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지만 피하지 않기로 했다.
“남들이 다 싫어하는 고생을 한번 해보는 것이 인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복무를 마친 지금 그동안의 군 생활에 대해 자긍심을 느낍니다.”
물론 30㎏이 넘는 장비를 등에 짊어지고 30여㎞를 행군할 때는 후회도 많이 했다.
피터 리씨는 90년 고교 졸업 후 ‘색맹’ 진단을 받아 국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도미한 경우. 유학 시절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끼니를 거르기도 했던 그가 하던 공부를 중단하고 한국군에 자원 입대한 것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싶다는 소망 때문.
그에게도 군대 생활은 쉽지 않았다. 힘든 훈련이 계속될 때는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있나’라는 생각에 후회도 많이 했다. 이들은 일부 병역 기피 풍조에 대해 따끔한 질타를 잊지 않았다.
“군대 생활을 실제로 해보니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 못지 않게 값진 기간이었다”며 “이미 성인이 된 자식들의 병역면제를 위해 돈 보따리를 싸 갖고 다니는 부모들과 그것을 기대하는 일부 한국의 젊은이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헨리 김씨는 조만간 국내 금융회사에 취업할 예정이고 피터 리씨는 9월 학기에 다시 도미해 박사 과정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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