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장종훈-이승엽 ‘진짜 국민타자는?’

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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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국민타자냐.”

최근 한화 장종훈(33)과 삼성 이승엽(25) 둘 중에 누가 ‘국민타자’라는 호칭에 더 적합한가라는 한 신문사의 인터넷 여론조사가 있었다. 이 조사에는 무려 5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열띤 반응을 보였다.

결과는 70%가 넘는 지지를 얻은 장종훈이 24%에 그친 이승엽을 압도했지만 이 조사는 팬들의 흥미를 돋울 만한 논제임에 분명했다. 특히 둘은 올 시즌 나란히 8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과연 누가 ‘국민타자’일까.

◀장종훈

▽‘국민’은?〓이 호칭은 아무에게나 붙여주지 않는다. 우린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가수들을 ‘국민가수’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인기 가수’라고 칭한다. 하지만 이미자나 조용필은 ‘국민가수’로 통한다.

‘국민’이란 호칭이 앞에 붙기 위해선 적어도 10년 내지 20년 정도 한 분야에서 경륜을 쌓아야 하고 한 획을 그을 만한 업적이 있어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쳐야 한다. 그 분야에 대한 정열을 갖춤은 물론이고 청소년층, 장년층 할 것 없이 폭넓은 지지도 필요하다.

▽둘은 어떤 업적을 남겼나?〓둘은 국내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장타자. 장종훈은 92년 국내에 처음으로 ‘40홈런’ 시대를 열었다. 30개에도 못 미치는 홈런수로 홈런왕에 오르던 당시에 장종훈은 125경기에서 41홈런을 쏘아올렸다. 2위와는 무려 10개 차. 용병들도 없던 당시에 40홈런은 상상도 못하던 숫자.

이승엽▶

이승엽은 50홈런 돌파로 새 이정표를 세웠다. 99년 신들린 듯한 타격으로 54홈런 신기록을 세웠고 팬들은 이때부터 ‘국민타자’라는 호칭을 붙였다. 132경기에서 때려낸 54홈런(2.45경기당 1개)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여겨진다.

단일시즌이 아닌 개인통산 기록으로 봤을 때 장종훈은 ‘독보적’이다. 그가 날리는 홈런, 안타, 2루타, 타점 등은 하나하나 역대 프로야구 신기록들이다. 하지만 경기당 홈런 타점 안타 비율로 따지면 이승엽이 앞선다.

▽과정도 중요하다〓야구 인생에서 둘은 상반된 스타일. 장종훈은 맨손으로 모든 걸 일궈냈다. 86년 연봉 600만원짜리 연습생으로 입단해 손에 피멍이 들 정도로 타이어를 두드리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대선수로 성장했다. 15년이 넘도록 일관되게 성적을 유지하는 꾸준함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승엽은 ‘천재형’이다. 이미 경북고 시절 세계청소년야구 최우수선수로 그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아마와 프로에서 탄탄한 고속도로를 밟은 엘리트. 연봉도 국내 최고인 3억원이다. 자, 팬들은 ‘국민타자’로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김상수기자>ssoo@donga.com

▶張이 본 李

“이승엽 선수는 정말 뛰어난 타자다. 그 나이에 그토록 훌륭한 성적을 거두는 걸 보면 평소 자기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를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이승엽 선수를 비교하는데 현재의 기량만을 놓고 보면 이승엽 선수가 더 낫지 않겠는가. 젊고 발전가능성이 더 많아 내가 세운 기록들을 언젠가는 그가 깰 것이다. 이승엽 선수 같은 좋은 후배가 있기에 선배들이 분발해 더 열심히 뛸 수 있다.”

▶李가 본 張

“장종훈 선배를 진짜 존경한다. 야구를 정말 열심히 한다. 장선배의 장갑 벗은 손을 본적이 있는데 굳은살이 엄청났다. 대선배와 비교된다는 자체가 큰 영광이다.‘국민타자’라고 하면 장선배를 첫손가락으로 꼽아야 할 것이다. 난 아직까지 연륜도 짧고 배울 게 많다. 99년 한해 반짝하고 지난해 부진한 걸 보면 알 수 있듯 기복이 심한 편이다. ‘국민’이라는 말보다는 ‘리틀 라이언’이란 호칭이 더 듣기 편하다.”

▲장종훈 이승엽 비교(7일현재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