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부산은 '김호곤 축구' 열풍"

  • 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43분


부산 아이콘스 김호곤감독
부산 아이콘스 김호곤감독
올시즌 국내 프로축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단연 부산아이콘스의 변신이다.

안정환의 공백 이후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 새 시즌을 맞았는데도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더 박진감 넘치고, 더 골이 많이 터지고, 더 이기는 횟수가 많아졌다.

부산은 결국 시즌 첫 대회인 아디다스컵 결승에 오르며 ‘명가 재건’의 가능성을 높였고 그 중심엔 ‘지장’ 김호곤감독(51)이 있다.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레 총감독에 임명돼 갖가지 갈등을 겪으며 구단주가 지켜보는 앞에서 6연패 수모를 당하기도 했던 김감독이 올시즌 부산을 다시 태어나게 한 원동력은 뭘까.

“김감독은 지난해 1년 동안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존 스타일을 버리고 꾸준히 자기 색깔을 구축해왔고 이것이 올시즌 ‘더 재미있고 강력한 축구’로 거듭난 비결이 됐죠. 다혈질인 마니치가 경고를 받을 경우 벌금 2000달러를 내도록 재계약서에 끼워넣은 것도 장기적인 포석입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그라운드의 조조’로 불리는 김감독의 지략에 ‘욕심’과 ‘끈기’를 보탠다.

김감독은 학구파다. 뛰어난 지략도 탄탄한 전술 지식을 배경으로 한 ‘지피지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빛을 발한다. 매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을 분석하느라 밤잠을 설치기 일쑤고 올초에는 축구 전술 전문책자(4권 1세트)를 출간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능력을 100% 이끌어내기 위한 김감독의 장외 관리력도 부산 돌풍의 원동력이 됐다. 향수병에 시달리던 하리가 몸을 사리지 않고 팀을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것이나 키만 크다는 평가를 들었던 우성용이 매서운 스트라이커로 변신한 것 등은 선수단 숙소 옆에 집을 구해 끊임없이 선수들과 대화를 나눈 김감독의 관심과 애정 덕이다. 누구나 감독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것.

김감독은 98년 국가대표팀 감독 경선때 탈락한 것이 지금도 뼈아픈 기억이다. “당시 일천한 프로 지도 경력이 핸디캡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지금부터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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