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ML통신]강속구의 원천, 허리

  • 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46분


박찬호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보면 그의 투구 동작은 미국 투수들과는 다른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미국 투수들이 팔과 어깨에 크게 의존하는 투구라면 박찬호는 하체와 허리를 많이 이용한다.

미국 선수들의 투구 동작이 어깨, 팔꿈치에 무리를 줘 부상 확률이 높은 반면 박찬호는 허리 아래 활용도가 높아 부상 위험은 줄지만 그만큼 강한 허리와 하체의 힘이 요구된다는 점이 다르다.

박찬호가 강속구의 정통파 투수이면서도 그동안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투수 로테이션을 소화해낸 것도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좋은 투구동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코치들은 마이너리그에서부터 “백스윙을 크게 하지말라”고 강조한다. 우리의 경우는 “투구는 하체와 허리 활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어려서부터 강조한다. 물론 정답은 두 가지를 모두 소화해내는 것이다. 박찬호의 경우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콤팩트한 투구폼, 빠른 주자견제 등 나무랄 데 없는 투수로 메이저리그에서 각광받고 있다.

5일 경기에서의 갑작스러운 부상은 이날 시카고의 날씨가 섭씨 12도로 뚝 떨어진 데다 하늘까지 잔뜩 찌뿌려 허리통증이 재발한 것으로 보인다.

6회 우월 2루타를 친 박찬호의 베이스 러닝, 7회 얼굴로 날아온 밀러의 강한 타구를 피하는 순간의 근육경직, 무사 1, 2루에서 실점을 하지 않으려고 화이트에게 전력 투구하는 순간 삐끗한 그의 허리는 부상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제부터가 아닐까. 허리를 많이 쓰는 투수들, 그것도 박찬호와 같은 투구 동작의 소유자는 허리와 하체의 힘이야말로 강속구의 원천이기에 10일 등판이 관심을 끈다.

따뜻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그가 코리아타운에서 한방치료까지 받은 후 나설 플로리다전 등판은 단순한 1승 추가보다 부상 회복 여부에 관심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야구해설가)

koufax@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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