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모씨(33)는 “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땅이 내려앉아 움푹 파인 곳이 너무 많아 걱정”이라며 “아이에게 항상 발 밑을 잘 보고 다니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청계천 7가 상가 앞 인도.
지난해 연말 리어카 통행로용으로 일부 보도블록을 걷어낸 자리에 새로 포장재가 깔렸다. 그러나 기존 인도가 새로 난 길에 비해 약간 내려앉는 바람에 길 사이에 ‘낙차’가 생겨 무심코 지나던 시민들이 발목을 삐는 ‘마(魔)의 구간’으로 변해버렸다.
이곳에서 가게를 열고 있는 상인 김모씨(60)는 “언뜻 봐서 ‘낙차’가 눈에 띄지는 않지만 며칠 전 할머니 한 분이 도로 턱에 걸려 발을 삐는 등 조그만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인도가 엉망이다. 보도블록 맞추기가 엉성해 틈새가 벌어져 있거나 지반을 제대로 다지지 못해서 들쭉날쭉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무심코 지나다 보면 뜻하지 않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도로 굴착공사는 해를 지나면서 급증하는 추세다. 99년에 1361㎞(12만5000여건)이었던 굴착구간이 지난해에는 1700㎞(8만여건)으로 24.9%나 늘었다. 여기에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초고속통신망 광케이블 매설작업이 한몫 했다. 특히 서울에서 광케이블 매설 비율이 가장 높은 강남구 내 지난해 굴착공사 구간은 182㎞(7976건)나 된다.
인도 포장이 부실해진 결정적 원인은 ‘대충대충’ 넘어가는 마무리 공정 때문. 인도 위에 보도블록이나 아스팔트 포장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침하를 막는 잡석 위에 양질의 토사로 땅을 메운 후 잘 다지는 세심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공업체들은 “입자가 고운 모래를 사용할 경우 비용이 만만찮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서울의 경우 가스, 광통신, 수도 등 공사가 뒤엉킨 ‘중복굴착’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것도 인도 관리를 부실하게 만드는 또다른 원인이다.
시정개발연구원의 정석 박사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매설물이 잘 정비되지 못해 굴착공사가 잦은 데다 보도블록 위에 무단 주차하는 차량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균열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하면서 “영국처럼 행정당국이 도로포장 유지관리 전담회사와 계약해 준공 후에도 도로 관리가 확실히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