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중심가에서 지어지는 아파트에도 주차장을 지하로 배치하고 녹지율을 파격적으로 높이는 곳이 늘고 있다. 주택보급률과 소득수준이 높아진데다 점차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단지 고급화로 승부를 건다〓LG건설은 8일 청약접수를 시작할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아파트 ‘LG빌리지’를 ‘차 없는 아파트 단지’라는 슬로건 아래 주차장을 모두 지하로 배치할 예정. 또 25∼40%대이던 아파트 단지 녹지율을 85%로 높이고, ‘해맑은 마당’ ‘물빛정원’ ‘푸른 입구마당’ 등과 같은 테마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같은 날 청약접수를 하는 롯데건설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14∼15층짜리 아파트 ‘낙천대(樂天臺)’ 2개 동의 1층에 아파트를 두지 않고 기둥만 설치해 통행로 등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두 아파트는 모두 지하철 역세권에 위치한데다 도심에서 가까우므로 분양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어서 이같은 조치는 파격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SK건설은 올해 말 입주 예정인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아파트 ‘SK 북한산시티’에 최초 설계에 포함되지 않았던 100억원의 공사비를 추가로 들여 단지 내 5개 테마정원과 16개의 놀이공원 등을 갖춘 ‘레퍼토리 조경’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환경이 돈이다〓쾌적한 아파트 단지 환경은 시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분당 신도시 내 77개 민간 아파트 단지의 4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아파트 규모 층 향 경관 소음 입지 등 21개 항목이 아파트시세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공원 하천 등 자연환경과 단지 내 공원 등이 있는 곳이 주변보다 가격이 1.7∼6.3%까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의 예를 볼 때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아파트 내부 마감재보다는 단지환경에 관심을 돌리는 게 일반적인 추세”라며 “소비자들의 변화에 맞춰야 하는 업체들로선 점점 아파트 단지 고급화에 매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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