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인터뷰]차승원 vs 이성재 "<신라의 달밤>으로 평생친구됐죠"

  • 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52분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촬영 막바지에 이른 김상진 감독의 ‘신라의 달밤’. 제목만 보면 요즘 유행하는 사극인가 싶다. 글래머 스타 김혜수가 나온다고 멜로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고교때 친구끼리 우정을 그렸다고 경주판 ‘친구’라는 말도 돌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모범생이 깡패가 되고, 주먹대장이 선생님이 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고교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온 모범생 박영준(이성재)과 싸움대장 최기동(차승원). 서로 겉돌던 두 남자는 경주에서 인생이 엇갈리는 사건을 겪고 10년후 각각 엘리트 깡패와 다혈질 체육교사로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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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개띠로 동갑내기인 두 남자가 함께 연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없다. ‘자귀모’(1999년작)에 함께 출연은 했지만 얼굴을 맞대고 연기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상대방에 대한 인상을 말했다.

“온화하고 고요하고 잔잔한 느낌의 그런 순둥이라고 생각했어요.”(차승원)

“조각같은 외모에, 조각같은 몸매를 지닌 남자, 그 정도였죠.”(이성재)

대중적 관심에선 차승원이 앞섰지만 연기력의 평가에 있어서는 이성재가 한발 앞서 왔다. 비록 스타일은 달랐지만 동갑내기 스타로서 은근한 자존심 대결이 왜 없었겠는가.

“처음엔 신경전이 좀 있었죠”라는 그들을 가깝게 만든 것은 ‘아니, 이 자가 또 이런 면이 있었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도록 만든 뜻밖의 모습들이었다.

차승원은 깔끔한 외모와 달리 두달반의 촬영기간 내내 직접 디자인한 주황색 ‘츄리닝’만 입고 다니며 망가지지 못해 안달이었다. 이성재는 진지한 이미지와 달리 차승원의 말 그대로 “진짜 엉뚱한 데가 많은 사람”이었다.

차승원이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연기(演技)란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운을 떼면 이성재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고통스럽죠, 연기(煙氣)가 눈에 들어가면”이라고 썰렁한 대구(對句)를 내놓았다.

고교때 은근히 콤플렉스를 안겨줬던 친구(이성재는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 생겼던 같은 반 반장이었고, 차승원은 무용을 전공한 예체능계 ‘날나리’였다)얘기 끝에 동년배 남자배우들에게 느끼는 콤플렉스를 슬쩍 물어봤다.

이성재는 담담했다.

“단점보다는 장점만 보여요. 정재(이정재)같은 경우는 전엔 몰랐는데 ‘순애보’의 연기를 보고 팬이 될 정도로 반해버렸습니다. 장동건 역시 의식하지 못하다 ‘친구’에서의 연기를 보고 감탄했죠.”

반면 차승원은 “정말 죽겠다”며 정답없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토로했다.

“정말 열심히는 하는데 이게 맞는지 틀리는지 답을 모르겠어요. ‘저건 진짜다’라는 느낌을 주는 연기를 만날 때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해 미치겠어요. 그게 재능이나 테크닉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성재가 거들고 나섰다.

“연기는 스키를 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넘어지지 않고 솜씨좋게 탄다면 너무 상쾌하겠지만 아직은 수없이 넘어지고 부딪히죠. 그래도 언젠가는 넘어지지 않고 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연기를 하는거 아니겠어요.”

차승원은 그런 이성재의 어깨를 툭툭 치며 ‘정말 이뻐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평생 친구를 하나 얻은 것 같습니다.”

‘신라의 달밤’은 6월 23일 개봉될 예정이다.

<경주〓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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