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마케팅부 임규석 팀장은 판매 3개월만에 8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은 ‘국민슈퍼정기예금’을 개발한 장본인.
그는 이 상품의 성공비결을 이렇게 말한다.
“고객의 불편을 덜어주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저금리시대가 정착되면서 금리는 더 이상 승부처가 못되기 때문에 편리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존 정기예금과 다른 점은….
“과거에는 은행이 정한 틀을 고객이 따라야 했다. 틀을 바꾸려면 새 계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고객은 번거롭고 복잡하다고 느꼈다. 슈퍼정기예금은 마인드를 바꿔 고객입장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주제다. 고객이 금리 이자지급방식 만기형태 등을 모두 정하고 이를 한 통장으로 묶어 보다 편리하게 은행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자금운용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은행이 수신금리를 1%포인트 높이는 것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슈퍼정기예금은 어디에 주안점을 뒀나.
“고객이 쉽게 접근한다는 것에 포인트를 뒀다. 사실 정기예금통장이 여러개 있으면 만기가 서로 달라 전체적인 재테크 포트폴리오를 짜는데 어려움이 많다. 예를들어 분양받은 아파트의 중도금 1000만원 마련을 목표로 저축한다면 돈을 찾는 기일만 정해놓고 적금뿐만 아니라 수시로 여유자금을 불입한다면 훨씬 편리할 것이다.”
―중도해약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 은행의 수익이 줄어들텐데….
“실제로 조사해보니 중도에 해약하는 고객은 금액기준으로 1% 이내다. 한번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그만두는 고객은 25.8%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기존 정기예금 만기가 되면 이를 재연장하고 있다. 따라서 당초 6개월을 약정했다가 3개월만에 돈을 찾는 고객에게 기간이자를 모두 줘도 은행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예금금액이 많아져 규모의 경제가 생길 경우 중도상환이자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준비기간이 얼마나 걸렸나.
“가장 어려운 것은 전산통합이었다. 고객이 처음에는 고정금리를, 추가불입할 때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되 만기는 똑같이 한다면 이를 하나의 통장으로 통합해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는게 쉽지 않았다. 전산작업에만 6개월이 걸렸다. 이 상품을 팔기 전에 일선 영업점에서 미리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이 상품이 크게 히트를 치면서 현재 다른 시중은행들도 유사한 저축상품 개발을 준비중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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