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는 프랑스군이 알제리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알제리 반군과 전쟁을 하면서 고문 등 잔혹 행위를 공공연히 저질렀다는 폴 오사레스 예비역 대장(83)의 폭로. 1957년 알제 전투 당시 프랑스군 최고사령관이었던 오사레스 대장은 3일 출간한 자서전 ‘특수임무:알제리 1955∼1957’에서 프랑스군에 의해 고문과 즉결 처형이 자행됐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오사레스 대장은 이어 7일 AP TV와의 회견에서 “모두가 그 같은 잔혹 행위들을 알고 있었고 당시 법무장관이던 고(故)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의 일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며 “나도 24명의 반군을 고문, 처형했고 많은 민간인의 학살에 참여했으며 이를 총독과 지방 당국에 보고했다”고 고백했다.
오사레스 대장의 자서전이 출간되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4일 그에게 수여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박탈하라고 명령한 뒤 알랭 리샤르 국방장관에게는 처벌절차를 밟도록 지시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역사학자들에겐 신속한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국제인권연맹(IFHR)도 7일 고문과 즉결처형을 저질렀다고 고백한 오사레스 대장을 반인륜 범죄 혐의로 프랑스 법원에 고발했다고 AFP통신이 8일 전했다.
한편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으로 손꼽히는 자크 아탈리 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총재는 6일 미테랑 전대통령이 1956년 전쟁 당시 알제리 포로들에게 자행한 고문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입안했다고 밝혔다. 당시 통과된 법안은 프랑스 보안군이 알제리 영토 내에서 사법상 전권을 행사하도록 허용했다고 아탈리 전 총재는 주장했다. 미테랑이 대통령으로 재임할 때 보좌관이었던 아탈리씨는 “미테랑 대통령이 74년초쯤 인생의 유일한 실책이 포로 고문의 법적 근거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알제리 전쟁 때 저지른 만행은 대부분이 베일에 싸여있었다. 프랑스는 1999년이 돼서야 그동안 ‘치안유지작전’으로 표기하던 알제리 전쟁을 ‘전쟁’이라고 공식 인정했을 정도. 전쟁에 참전한 프랑스인들은 1962년과 68년에 제정된 사면법에 따라 기소가 면제돼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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