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강동철/'침구사제 부활' 혼란만 부른다

  • 입력 2001년 5월 8일 18시 42분


《전통의술인 침구사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4월18일자 A6면 오충수씨의 기고 '침구의술 의료행위로 인정해야'에 대해 반론이 제기됐다.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반론을 싣는다.》

한의학은 오랜 역사 속에서 민족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의학을 경솔하게 다루어 본질을 훼손하거나 제도적으로 방향 설정을 잘못한다면 부끄러운 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침구사 제도를 부활하자는 주장이 자칫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어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침구사 제도는 일제가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폐지 말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에 불과하다. 일제는 한방의료를 담당하던 의원과 의관을 의생으로 격하하고, 안마술, 침술, 구술 영업취체 규칙 을 제정해 한의학의 학문적 가치를 폄하하였다. 광복 후 침구를 포함한 한의사 제도를 부활시키면서 식민잔재인 침구사 제도를 폐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따라서 침구사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는 주장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자는 것이다.

둘째, 침구요법은 약물요법(한약), 한방재활요법과 함께 한의학 원리에 따른 치료방법 중 하나이다. 학문적으로도 침구학의 기본이론인 경락학설은 한약의 원리를 다룬 본초학과 방제학의 기본 이론이기도 하다. 한의학에서 침구학은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어지며 결코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의학과 침구학이 별개의 학문이라는 주장은 한의학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침구시술은 전반적인 한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한 것이 한의사 면허제도이다. 침구 시술을 하려면 한의사 면허를 따야 하는 것이다.

셋째, 현재 6년제 한의과 대학에서는 기초과목과 임상과목을 망라해 침구 관련 과목을 이수하고 있다. 직접적인 침구시술도 병원임상실습을 통해 교육하고 있으며, 졸업 후 전문수련 과정도 마련돼 있다. 또한 한방의료보험에서 침구 시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43%에 이른다.

타당성이 없는 침구사 제도 부활 주장은 국민보건과 의료질서에 혼란만 불러일으키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강동철(한의사·한의사협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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