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셨다!”
중학생이 된 후 처음으로 치른 중간고사가 끝난 4일 오후.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임성진군(서울 양화중1)의 아파트 입구에는 조금 전 학교에서 뵌 담임 정병오교사(36)가 서 있었다. 성진군의 어머니 김현숙씨(45)는 정교사를 다소 어색하게 맞았다. 성진군은 학교에서부터 고민하던 문제가 또다시 떠올랐다.
‘무슨 얘기를 하실까. 시험을 잘 봤다고 칭찬해 주실까? 아니면 장난을 많이 친다고 꾸짖으실까?’
그러나 정교사와 어머니의 대화 도입부를 듣던 성진군은 크게 안심했다.
“학교에서 별 문제없이 잘하고 있고….”
“글쎄, 성진이가 집에서도 잘하고요….”
정교사가 돌아간 뒤 어머니가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아 성진군은 내용을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성진군은 만족스러워 하는 어머니의 표정에서 대강의 분위기를 읽었다.
성진군의 어머니 김씨는 이번 가정방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뭔가 준비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당황했어요. 하지만 선생님을 집에서 뵙고 보니 ‘오해’도 풀 수 있었고 아이의 학교생활과 가정 생활에 대해 서로 몰랐던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정교사는 가정방문을 시작한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몇년 전 자살을 두 차례나 시도한 아이의 ‘사연’을 알고 싶어 찾아갔어요. ‘지금까지 교사생활 헛했구나’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써낸 환경조사서에는 아버지가 경찰이고 아무 문제가 없었거든요. 내성적인 정도로만 알았고요. 실제로는 어머니는 집을 나간 상태였고 아버지는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형에게도 어린 동생은 ‘관심 밖’이었지요. 그 뒤 그 학생은 아주 밝아졌습니다.”
3월부터 ‘좋은교사 운동본부’ 소속 교사 3000여명이 교사의 가정방문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 아이를 속속들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정 환경’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정방문은 1981년, ‘학부모의 부담’을 이유로 사라졌다가 97년 ‘시도교육감의 지침에 의해 학교장의 허락을 받아 진행한다’는 단서를 달고 양성화되기 시작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