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한번 보여줄듯 하지만 언제나 기대는 깨지기 마련이다. ‘혹시나’는 ‘역시나’로 바뀌어 실망만 잔뜩 주기 일쑤. LG 투수 신윤호(26)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바로 그랬다.
신윤호는 고교시절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을 던지는 몇 안 되는 투수로 주목을 받았다. 충암고 3년이던 93년에는 팀을 봉황대기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94년 LG 사상 최초로 고졸 억대 몸값(계약금 8800만원, 연봉 1200만원)으로 당당히 프로에 뛰어들었다. 주위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힘차게 마운드에 올랐지만 성적은 늘 바닥을 헤맸다. 94년에는 단 한 경기에도 등판하지 못했고 96년까지 4경기에 출전, 단 9이닝을 던졌다. 군 문제로 97년 1년을 쉰 뒤 96년 34경기에 등판했으나 2승1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99년과 지난해에는 다시 2군 신세. 지난해까지 7시즌을 뛰면서 통산 2승2패.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신윤호가 프로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선발승을 따내며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8일 수원 현대전에서 6이닝을 던져 안타 6개를 내주며 3볼넷 6삼진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것. 98년 7월4일 롯데전 구원승 이후 처음 맛본 승리였다.
신윤호의 부활은 최하위를 헤매고 있는 LG 투수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LG는 시즌 초반 마운드가 무너져 8일 현재 8개 팀 가운데 가장 나쁜 팀 평균 자책 6.75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LG 코칭스태프는 되살아난 신윤호가 팀이 중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한몫할 것으로 믿고 있다. 충암고 때 그를 지도한 LG 김성근 코치는 “제구력이 나아졌고 힘이 아닌 머리로 하는 야구에 눈을 떴다”며 “팀 내 선발 가운데 넘버 2로서 10승 정도 해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쌍둥이 딸과 아들 하나를 둔 가장 신윤호는 “동료들과 감독 코치가 믿어준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며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