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남자는 여자에게 현실 공간에서 만나자고 제의했다. 처음에 여자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그래도 남자가 줄기차게 설득하자 여자는 고백했다. "우리가 만난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나를 싫어하게 될 겁니다. 나는 키 작고, 못 생기고, 끔찍할 정도로 뚱뚱하니까요." 이에 남자가 대답했다. "나는 당신의 외모가 아니라 당신의 마음과 정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몇 년 전 '살롱' 이라는 온라인 매체에 소개됐던 이 얘기는 미국 뉴욕에서 있었다는 실화(實話)다. 사람들은 흔히 인터넷상의 '만남' 을 즉흥적이고 지나치게 가볍다고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미국의 이 남녀는 인터넷을 통해 영혼의 대화 상대를 찾았다. 한편에선 인터넷이 현대인을 자기만의 좁은 공간에 가두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 를 단절시킨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인터넷이 새로운 차원의 '관계' 를, 더 나아가 새로운 차원의 공동체를 건설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사용에서 세계 1위를 다투는 우리의 경우 인터넷의 부정적인 측면이 보다 크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상화된 사이버 언어폭력에서부터 범람하는 음란 사이트, 사회적 일탈을 부추기는 자살방조 사이트까지 최근 보도만 봐도 인터넷은 가히 '악(惡)의 바다' 라고 할 만하다. 얼마 전 발표된 검찰 자료에는 원조교제를 위한 접촉 수단의 67%가 인터넷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이쯤 되면 '사이버 사랑' 도 양극을 치닫는 셈이다. 새로운 차원의 '관계' 로 공동체를 풍성하게 하는 한국판 '사이버 사랑' 을 우리는 언제쯤에나 볼 수 있을까.
<송문홍 논설위원>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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