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GNP의 6%를 교육에 투자하겠다고 한 공약을 충실히 이행했는지 묻고 싶다. 실력 없는 교수의 책임을 추궁하려면 정부가 먼저 책임을 느껴야 한다. 대학교수 30년 동안 매학기 평균 6과목의 강의를 맡았다. 매주 18시간씩 강의하다가 최근엔 너무 심하다 싶어 12시간으로 줄였다. 이것이 우리나라 대학 교수의 현실이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우수한 대학교육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요즘 교수들은 연구논문 준비 때문에 대부분의 강의를 시간강사에게 맡기고 가능하면 편한 강의를 맡으려 한다. 충실한 강의보다 한 편의 연구논문이 교수 평가에 더 높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실력 없는 교수 운운하는 것은 하나의 희극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귀국해 국내대학에서 연구에 정진하고자 하는 젊은 교수들은 깊은 좌절과 절망에 빠져 있다. 대학원생이 없기 때문이다. 학과나 학부가 생긴지 10년이 지나도 일정 수 이상의 교수가 충원되지 않으면 교육부의 대학원 인가기준에 미달돼 대학원을 인가받을 수 없다. 대학원생을 뽑지 못하는 대학은 황폐화하고 병들 수밖에 없다. 밤새 불이 켜져 있어야 할 연구실이 어둠에 묻혀 있다면 국가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1999년도 교육부 업무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교수 1인당 학생수는 49.6명이다. 20년 전 미국 MIT의 교수 1인당 학생수가 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기가 막힌 현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대학교육을 잘 하라고 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국립대 총장협의회가 교수 충원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잘못된 국립대 발전계획안의 철회를 요구했을까.
교육부가 대학 평가를 통해 재정지원을 하기 때문에 이공계 교수는 세계적 학회지인 'SCI'에 논문이 실리지 못하면 승진이 어렵다. 그러나 SCI에 논문이 실리려면 빨라야 3년이 걸리는데 전임에서 조교수 승진은 2년으로 돼 있어 앞뒤가 맞지 않다. 연구인력이나 실험실 기자재도 열악한 현실에서 이런 고통까지 가중돼 있다.
또 하나 오늘날 대학의 교육목표가 부전공제 채택과 더불어 교양인의 양성인 현실에서 실력 없는 대학생이 양산되는 것은 당연하다. 전공과목을 30여 학점만 취득해도 되는데 어떻게 각 분야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고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억지로 학부제를 만들어 전공을 성적에 의해 결정하게 하는 방식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대학이 처한 총체적 혼란과 위기, 그리고 난맥상을 외면한 채 '과감한 개혁'을 외쳐봐야 진짜 대학발전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응교(전북대 교수·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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