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부시 행정부 입각 직전까지 위원장을 맡았던 미 의회 산하 ‘우주위원회’가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육지와 바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분쟁이 우주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미국의 상업용, 군사용 위성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럼스펠드 장관이 8일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의 일환으로 야심찬 우주군사전략을 발표하자 미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력 재편이 그의 오랜 구상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주군사전략을 발표하면서 “우주전략방위 정책의 조직과 운영을 전면 재고해야 될 때가 왔다”면서 “우주전략 개편을 통해 세계에서 일등 우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우주군사전략이 단순히 외부의 공격을 차단하는 방어적인 개념이 아니라 무기 배치까지 포함한다고 분석했다. 우주위원회 보고서가 “미국의 이익에 반해, 우주를 적대적으로 이용하려는 가상적의 위성 등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대(對)위성 무기(ASATS)를 배치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했기 때문.
럼스펠드 장관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군사력 감축을 비판하며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을 주창해온 미 안보 분야의 대표적인 매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취임 3개월여만인 1일 공식 선언한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방안도 럼스펠드 장관의 구상이 수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럼스펠드 장관은 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지 3개월만에 의회의 반대에 부닥쳐 MD체제의 축소판이랄 수 있는 ‘세이프가드 방어 체제’를 포기해야 했다. 세이프가드 방어 체제는 미국내에 배치된 150기의 미니트맨 미사일(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일종)을 파괴시키기 위한 적국의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계획.
부시 행정부가 예정대로 2004년까지 육상 방어 시스템을 시작으로 MD 구축을 실행에 옮긴다면 럼스펠드의 미사일방어 체제 구상이 30년만에 현실화되는 셈이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