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경희-장미라씨 커플의 스위스 융프라우 허니문

  • 입력 2001년 5월 9일 19시 07분


《여행자가 느끼는 바깥 세상의 모습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들이 여행지에서 체험하는 이야기에는 진한 감동이 있다. 그들이 맛본 여행의 감동과 느낌은 바로 다음의 나의 것. 유럽여행의 정수로 꼽히는 스위스 융프라우요흐에 오르는 산악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이경희, 장미라씨 부부의 허니문은 둘만의 ‘또다른 세상’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는데….》

“아침에 일어나 무심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 봤는데, 어머 글쎄 저는 그림인줄 알았어요. 푸른 초원 위에 드문 드문 들어선 예쁜 나무집들….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달 24일 오전 8시반. 그린델발트역(해발 1034m)을 출발해 클라이네 샤이데크로 오르던 융프라우 산악철도 열차 안에서 신부 장미라씨(26·조경설계사·서울 영등포구 양평동)가 들려준 스위스 알프스 허니문의 첫 아침 소감은 ‘달력 사진 같은 풍경’에서 시작됐다.

전날 오전 6시 서울의 집을 나서 아이거봉 바로 밑 ‘빙하마을’ 그린델발트에 닿는 데 걸린 시간은 꼬박 하루. “오가는 데 이틀이나 걸리는 것에 잠시 후회도 했지만, 근데 아니에요. 너무 좋아요.” 11시간반의 비행기, 4시간의 열차여행에 동행한 이 신혼부부와의 인연은 이날 아침 융프라우 철도여행으로 이어졌다.

이틀전 입었을 하얀 웨딩드레스. 4월 폭설로 아직도 하얗게 눈세상을 이룬 융프라우봉 아래 알프스 고원은 결혼식날 신부 얼굴에 곱게 드리워진 하얀 베일처럼 정숙했다. 열차 안에서 이야기는 신혼살림으로 이어졌다. “시부모님 아파트에서 함께 살 거예요. 직장도 나갈거고요. 예금통장은 하나로 통합했어요. 물론 관리는 제가 맡을 거고요.” 듬직한 모습의 신랑 이경희씨(29·조경설계사)는 빙긋 웃음으로 맞장구 친다. 사내 커플이지만 결혼을 계기로 신랑이 회사를 옮겼다. 이유는 ‘불편해서’. 허니문의 베스트셀러 코스인 ‘해변’을 마다하고 알프스를 선택한 안목, 아무래도 ‘조경설계사 부부’라는 조금은 특별한 직업적 취향 덕분은 아닐는지.

눈덮인 클라이네 샤이데크역(해발 2061m)에 도착한 것은 39분만. 아이거(3970m) 묀흐(4099m) 융프라우(4158m), 만년설로 뒤덮인 세 고봉이 한눈에 올려다 보이는 고원의 중심이다. 평소 이맘때쯤이면 초원이었을 이 곳. 이 날은 설원이었다. 4월에 내린 폭설 탓이다. 옆 좌석 승객 제프 한스(67·스위스)는 즐거운 표정이다. “아직 눈이 많다고들 해 스키타러 왔다”고.

융프라우요흐(융프라우와 묀흐 두 봉 사이 능선)는 유럽에서 열차로 오르는 가장 높은 곳. 역 이름 ‘톱 오브 유럽(Top of Europe·해발 3454m)’ 그대로다. 여기까지 오르는 융프라우요흐열차는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 출발한다. 빨간 산악열차가 수직으로 2000m나 솟은 아이거 북벽을 향해 산을 오르다 터널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거봉의 암반 속이다. 터널 안에도 역이 두 곳(아이거반트 2865m, 아이스메어 3160m)이나 있다. 5분간씩 선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어 우리말로도 나오네.” 신부 장씨가 신기한 듯 묻는다. 한국어는 7개 국어 안내방송 중 맨 끝. 그래도 가슴 뿌듯해짐은 그녀만이 아니다. 터널역의 전망유리창으로 내다 본 바깥세상. 온통 눈과 빙하뿐이다.

출발한지 51분(12㎞)만에 종착역인 ‘톱 오브 유럽’에 닿았다. 가이드인 에른스트 부르크하르스트(72·마텐 거주)가 “슬로 슬로”를 연발한다. 평지에 비해 산소량과 기압이 16%나 낮아 어지럽거나 머리가 아픈 ‘고산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술은 멀리, 물은 자주 마시는게 요령”이라고 알려준다. 부인과 함께 여기서 식당을 운영하는 우르스 줌브룬도 거든다. “더 심하면 사탕 드세요.” ‘코라민’이라는 캐러멀인데 즉효란다. 정년퇴직 후 파트타임 가이드로 일하는 부르크하르트씨. 그가 종이쪽지를 꺼내 보여준다. 한글로 ‘채시라 김태욱’이라고 씌어 있다. 여기로 신혼여행 온 두 사람으로 부터 받아둔 것이란다.

열차역이 든 건물은 ‘베르크하우스’. 유럽 최장의 알레치 빙하(길이 22㎞, 두께 700m)가 시작되는 융프라우요흐의 바위 꼭대기에 건설돼 사진만 보아도 아찔할 정도다.

“동화 속 궁전 같아요.” 베르크하우스와 연결된 ‘아이스 팔라스트’(얼음궁전)에 들어간 신부 장씨가 내지른 탄성. 알레치빙하의 표면 아래 20m 깊이의 얼음 속을 파내 만든 이 곳은 바닥까지도 빙하다. 건물 밖은 찬바람 쌩쌩 몰아치는 산정의 설원. 터널로 연결된 또 다른 바위꼭대기 건물 ‘스핑크스’로 갔다. 수직 고도 108m를 25초 만에 오르는 바위 속 엘리베이터로 오르니 기상 대기오염 등을 측정하는 관측소와 관광객을 위한 실내 및 야외테라스(3571m)가 있는 건물 내부. 테라스에 서니 알레치빙하 그린델발트 마을 인터라켄 등 알프스 고봉과 산악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톱 오브 유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는 ‘엽서쓰기’다. 유럽서 가장 높은 역에서 그곳의 사진이 담긴 그림엽서에 사연을 쓰고 ‘융프라우요흐 톱 오브 유럽’이라는 스탬프를 찍어 유럽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우체통에 넣어 보내는 것. 이 보다 값진 선물이 또 있을까. 그날 이들 부부는 여기서 정성 들여 엽서를 썼다. 그들을 사랑하고 축하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스위스그린델발트〓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클릭!여행정보

▽융프라우철도〓인터라켄∼그린델발트계곡, 라우터브룬넨 계곡과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 톱 오브 유럽 등지를 운행하는 6개 철도로 구성. 이 중 융프라우요흐행 철도(클라이네 샤이데크∼톱 오브 유럽)는 총연장 5000㎞의 스위스 철도 중 가장 높은 곳에 건설(1912년 완공)된 철도의 걸작.

▽할인쿠폰〓‘인터라켄(오스트)∼톱 오브 유럽’ 철도요금은 162프랑. 유레일패스를 이용하면 25%, ‘코리아 스페셜 오퍼’할인쿠폰를 이용하면 29% 할인해 115프랑. 융프라우철도는 물론 그린델발트 호텔(10%), 키르호퍼(스위스명품점·8% 혹은 5%)에도 적용된다. 할인쿠폰은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인 동신항운(02―756―7560∼1)의 홈페이지(www.jungfrau.co.kr)에서 프린트할 수 있다. 전화로도 요청 가능. 할인쿠폰을 내면 선물(컵라면 빵모자 자일타기할인권 중 택일)도 준다. 교환장소는 ‘톱 오브 유럽’(융프라우요흐)의 스낵바.

▽융프라우요흐 즐길거리〓해발 3500m의 융프라우요흐 야외 설원. 겨울을 제외한 연중, 날씨가 맑을 경우에만 가능. 빙하트레킹(스핑크스∼묀흐봉 아래·1시간), 눈썰매(무료)와 개썰매(알레치빙하·6프랑) 눈썰매(무료), 빙하스키(리프트 1기), 빙하트레킹(250프랑·이글루 1박+아침 저녁식사+왕복열차표+가이드) 등.

▽파노라마 하이킹〓파란 하늘 아래 하얗게 만년설로 뒤덮인 아이거 묀흐 융프라우 세 봉우리를 배경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베르너 오버란트 고원에서 소방울 소리 은은하게 들려오는 푸른 초원을 걸으며 알프스의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여행. 온갖 들꽃이 활짝 피는 6, 7월이 최고 시즌. 융프라우철도를 이용하는 그린델발트∼맨리센∼클라이네샤이데크 코스, 알프스 야생화가 활짝 피는 ‘알파인 가든’이 있는 쉬니게플라트 코스(6월2일∼10월21일)가 인기.

▽아이거글레처 게스트하우스〓융프라우지역 숙소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유스호스텔형 숙소(해발 2340m). 두 끼(아침 저녁)식사 포함해 1박에 65프랑. 아이거봉 바로 밑(클라이네 샤이데크∼아이거반트역)의 아이거글레처역(해발 2320m) 언덕에 위치. 창문 밖 가까이에 빙하, 멀리 라우터브룬넨 계곡과 그 위의 뮈렌 산악마을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 1890년대 융프라우철도 공사 때 작업장 숙소로 지은 것을 개조한 것이다. 두 채에 객실 80개(객실당 침대는 2,3개)가 있다. 샤워장 화장실은 공동. 부엌 탁구대 등도 있다. 스키인 스키아웃(현관 앞에서 스키를 신고 벗는 것)숙소. 스키시즌에 특히 붐벼 내년 2, 3월의 주말은 객실 예약이 이미 동난 상태. 여름 하이킹에도 좋다.

▽융프라우 찾아보기(인터넷)〓www.jungfraubahn.ch(영어) www.jungfrau.co.kr(한글)

◇스위스 자유여행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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