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푸른 안개>,불륜 논란 속에 시청률 급상승

  • 입력 2001년 5월 9일 19시 55분


"왜 시끄러운지 궁금해서…"

'사랑이냐, 불륜이냐' 찬반 양론이 분분한 KBS2 주말극 <푸른 안개>의 시청률이 급상승해 주목받고 있다. <푸른 안개>는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MBC 주말극 <엄마야, 누나야>의 위세에 눌려 7∼8%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년의 유부남 이경영과 20대 초반의 처녀 이요원의 '위험한 사랑'이 최근 그토록 높게만 보이던 10% 벽을 넘어섰다. 지난 5일과 6일에는 각각 12.9%와 17.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간 시청률 순위에서 14위를 차지했다. 순위에도 오르지 못했던 그동안의 부진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신장세이다.

당초 KBS도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푸른 안개>가 이처럼 약진한 데는 드라마 내용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입소문에 오른 영향이 크다. 드라마 초기부터 '원조교제 옹호' 논란으로 화제가 됐던 <푸른 안개>는 극이 진행되면서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치열한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언론이나 인터넷이 드라마를 두고 떠들썩하자, 그동안 무관심했던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드라마를 찾기 시작한 것.

특히 주말극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저씨' 시청자들이 <푸른 안개>를 보고 이경영의 심정에 동감한다며 비슷한 자신의 사례를 게시판에 올리는 등 다른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시청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제작진은 이러한 드라마의 인기가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어지간히 부담되는 눈치이다. 시청률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푸른 안개>에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깔끔한 영상과 간결하면서도 가슴에 와닿는 대사 등 드라마의 높은 완성도도 "결국 불륜의 미화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청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과연 드라마가 끝날 때 이경영과 이요원의 사랑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여부이다. 중년의 무력감과 사회적 성취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는 이경영이 '마음을 고쳐먹고' 가정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이요원과의 순수한 사랑으로 향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당초 드라마 시놉시스에서는 이경영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회적 지위와 가정 모두를 잃고, 이요원과의 사랑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을 잃고 작은 식당의 지배인이 된 그가 평범한 주부가 되어 아이와 함께 온 이요원을 보고 사랑의 허망함을 느낀다는 것.

하지만 드라마의 '도덕적 결말'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제작진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과연 일부 시청자의 기대대로 공영방송에 걸맞는 무난한 결론을 맺을지, 아니면 당초 계획했던 방향을 고수할지 이래저래 <푸른 안개>의 행보는 종영때까지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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