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동해안에 휘몰아친 산불로 죽어가던 소나무들을 황토로 치유한 농민이 있어 화제다.
당시 산불로 집등 가산을 모두 날려버린 심완수(沈完洙·48·강원 강릉시 사천면 판교1리)씨는 망연자실한 와중에서도 뒷동산 소나무마저 잃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길이 스치고 지나가 밑둥이 검게 그을렸던 수령 100∼150여년생 100여그루의 소나무는 자신이 어렸을 적 친구들과 뛰놀던 애뜻한 추억이 깃들여 있는 나무들. 그는 불탄 집을 복구하면서 틈나는 대로 산에 올라가 이들 소나무 밑둥에 황토를 발랐다.
1년여 지난 현재 심씨의 손길이 간 소나무는 노란 송홧가루가 흩날리고 건강한 새순이 돋아나는 등 생명을 되찾았다. 그러나 황토를 발라주지 않은 인근 지역 소나무는 대부분 잎이 노랗게 말라 죽어가고 송진이 흘러나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심씨는 “사냥을 즐겨하던 친구로부터 동물들이 상처를 치유하는데 송진과 황토를 바른다는 말을 듣고 따라했는데 효과를 본 것 같다”며 “황토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효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부지방산림관리청 관계자는 “나무 표면에 바른 황토가 소나무의 수분을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불탄 소나무에 황토를 바르는 방법은 예로부터 전래돼온 것”이라고 밝혔다.
<강릉〓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