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유오성의 등장. 표정만 봐도 예사롭지 않다. 짙은 눈썹과 잔뜩 힘이 들어간 눈빛은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처럼 긴장감이 감돈다. 쫘악 목소리를 깔고 '나는' 운을 떼는데..뒤이어 불량스런 표정의 장동건도 '나는' 이라며 맞받아친다.
한층 더 인상을 구기는 유오성. 눈썹, 눈, 코, 뚜렷한 이목구비에 슬쩍 음영이 지면서 더욱 살벌한 표정이 연출된다. 이번에는 둘이 나란히 주거니 받거니 대사를 이어간다.
유오성이 '나는 죽어도' 라며 인상 팍 긋고 뒤이어 장동건이 '지는건 못참는다' 미간을 찌푸리며 내뱉는다. 어어. 이러다가 <친구>에서 제대로 해보지 못한 맞짱이라도 뜨려는 걸까, 은근히 기대 반 두려움 반.
이때 불쑥 끼어드는 포장마차 할머니. 금방이라도 한판 붙을 듯한 두 청년이 겁도 안나는지 한마디 툭 던진다. '재밌나?' 한창 팽팽한 대결구도가 무르익을 찰나에 흥이 깨지고 마네. 그런데 정작 두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한판 붙긴 붙었다. 엔탑에서 서비스하는 1:1 모바일 파이터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 어쩔 수 없는 친구들이다. 게임도 그렇게 살벌하게 하나.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서로 돌아가며 나는 엔탑을 한다, 면서 헤벌쭉 웃어버린다.
광고에 등장하는 유오성과 장동건은 영화 속 준석과 동수처럼 양복을 빼입고 특유의 리드미컬한 부산사투리를 쓰면서 서로 노려본다.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내가 니 시다바리가' '니 죽고 싶나' 라고 서로 죽일 것마냥 눈싸움 하던 장면처럼.
엔탑은 영화 <친구>의 폭풍 같은 기세에 살짝 기대는 마케팅이다. 이제 친구는 한편의 영화로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친구 파급효과는 젊은이에겐 강렬한 깡패세계의 색다른 맛을,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기성세대에겐 과거를 끊임없이 동경하는 심리적인 도피처를 만든다.
연출 스타일은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무게감이 실려 있다. 유오성과 장동건의 카리스마 어린 얼굴표정을 화면 가득히 빅 클로즈업 해서 교차하는 방법. 건들거리면서 서로 응시하는 두 사람의 얼굴만으로도 압도적이다. 게다가 깜찍한 반전은 일그러진 얼굴을 반대로 활짝 웃게 만드는 유쾌함을 선사한다.
가만 생각해 보면 엔탑 광고가 <친구>의 희망사항을 품은 번외편처럼 느껴진다. 영화에선 서로 다른 조직에 몸 담으며 어쩔 수 없이 칼부림으로 끝장을 봤지만, 심정적으론 이렇게 둘이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싶었을 거다. 가상게임으로 승부나 내면서.
그러나 가당한 일인가. 정말 친구란 무엇일까? 영화에서 내뱉는 '우리는 친구 아이가'는 멀어지는 친구사이를 불안해 하는 마음을 애써 다독이는 주문처럼 들린다. 결국 그들의 우정은 배신과 칼로 갈음하고야 만다. 친구를 보러 가봐야 정작 친구는 없는 셈이다. 우리가 열광하는 것은 잃어버린 기억 속의 시절과 친구일런지도 모른다.
엔탑에서의 친구도 마찬가지다. 지는건 죽어도 못 참는 친구. 그러나 가끔 지는 것도 참아 줄 수 있는 친구가 되었으면!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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