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지사〓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정부의 수도권 정책을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현 수도권 정책은 경기도가 다른 시, 도보다 인구가 많고 각종 산업시설도 충분하다는 추측을 바탕으로 마련된 것입니다. 실상은 다릅니다. 인구밀도만 봐도 경기도는 ㎢당 877명으로 서울시(1만6950명)의 20분의 1이고 6대 광역시(4306명)의 5분의 1입니다. 산업단지도 48개로 충북(53개)이나 충남(80개)보다 적습니다. 1인당 의사 교사 확보 수준도 전국 최하위권입니다. 권역 재조정을 포함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 장관〓부총리로 일하실 때하고 굉장히 달라 보입니다.
▽임 지사〓(웃음) 지역이기주의로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오 장관〓수도권정비계획법을 재고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수도권이 피해를 본다는 해석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수도권은 전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46%, 제조업체의 57%, 전국 총생산의 44%, 기업부설연구소의 71%가 집중돼 있습니다. 또 나머지 지방 시,도는 갈수록 재산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임 지사〓장관께서 말씀하신 수치는 서울 인천 수원 성남시 등 극히 일부 시, 군에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나머지 경기도 시, 군은 각종 규제 때문에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가평군입니다. 면적은 서울시보다 크지만 인구는 5만명입니다. 20년 전에는 9만명이었는데 4만명이 줄었습니다. 공장과 학교를 못 짓게 하니 일자리가 생기지 않고 먹을 게 없으니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오 장관〓어려움은 알지만 규제를 완전히 풀 수는 없습니다. 대다수 국민은 ‘그래도 수도권에서는 먹고 살 만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수도권도 살고 지방도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오늘도 지방 상공인들이 찾아와 항의하고 갔습니다.
▽임 지사〓(목소리를 높이며) 경기도만 살겠다는 게 아닙니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지역은 합리적인 선에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겁니다. 경기 여주군 강천면과 강원 원주시 문막읍은 고갯길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동네지만 수도권인 강천면은 농촌으로 남아있고 문막읍은 공장과 아파트 공사로 활기가 넘칩니다. 팔당에서의 거리도 여주 강천이나 이천 장호원이 강원도 일부 지역보다 멀지만 규제는 많습니다.
▽오 장관〓경기 일부 지역에 적용하는 규제가 불합리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물줄기(수계)를 따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구역에 맞춘 결과라는 것도 압니다. 환경부 등과 협의해 한강 수질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임 지사〓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배정 받은 땅이 턱없이 부족해 3000여 업체의 공장건축허가가 유보됐습니다. 올해도 3월 말까지 1300여 업체가 공장건축 허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손실만 4조원으로 추산됩니다.
▽오 장관〓경기도 처지에서만 생각하시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지방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오려는 이유를 조사해 봤습니다. 60% 정도가 직장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수도권에 직장이 많아질수록 사람이 몰린다는 얘기죠. 수도권 규제를 풀면 지방은 죽습니다.
▽임 지사〓수도권에 공장을 못 짓게 한다고 해서 공장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자료를 보면 공장총량제로 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못해 대전 충·남북 강원도로 내려간 기업은 한 곳도 없습니다. 오히려 허가가 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오 장관〓(잠시 물을 마신 뒤) 그래도 공장총량제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지방 경제가 붕괴 일보 직전입니다. 지금까지 지방 경제를 받치던 건설·유통업이 거의 없어져 기반이 흔들립니다. 대한민국은 수도권만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지방으로 내려갈 기업들도 나올 겁니다.
▽임 지사〓(흥분한 목소리로) 당장 공장총량제를 없애자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나쁠 때는 한시적으로 공장총량제 시행을 유보하거나 나중에 줄 것을 한꺼번에 달라는 겁니다.
▽오 장관〓(마른기침과 함께) 공장총량제를 손대면 수도권에 공장이 단기간에 몰려 인구가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그만하시죠.
▽임 지사〓(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건교부가 조성을 추진하는 신도시가 더 문제입니다. 최근 건교부가 신도시로 개발하기로 한 화성시 동탄지구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공장들이 몰려 있습니다. 그런데 건교부가 택지로 개발하기 위해 공장들을 몰아내고 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자리도 줄어듭니다.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정책은 재고돼야 합니다. 앞으로 택지개발 때는 지구 내 공장이 갖는 생산 능력 등을 조사하는 ‘산업영향평가’같은 것을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 장관〓(웃음) 좋은 지적입니다. 정책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임 지사〓교육 문제입니다. 경기도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관광호텔대학을 설득해 안산시 일원에 대학원 대학(학부가 없는 대학원)인 ‘가우디 대학원’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투자 규모만 1000만달러입니다. 일본에 세우려던 학교를 겨우 빼앗아 왔는데 건교부가 대학원대학까지 규제하려는 바람에 무산될 위기입니다. 풀어주십시오.
▽오 장관〓천안이나 아산 등 충남 지역 도시를 보면 대학이 들어와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됐습니다. 지방 도시들이 대학 유치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수도권에 대학 신설 허용은 쉽지 않습니다.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수도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남의 나라 장관처럼 방관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만 기억해 주십시오.
<정리〓송진흡·남경현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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