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다른 때 같으면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는 식의 대변인 논평이라도 낼 법 했지만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일 여권을 맹렬히 공격해 온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런 때 괜한 시빗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대여 논평에서도 공세의 수위를 되레 낮추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민심이 너무 이렇게 가도 안 되는데…”라며 우려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그리고 “저쪽이 무슨 복안을 갖고 있는 것 같으냐”고 되묻는 등 여권의 대응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
당직자들 역시 표정 관리에 애쓰면서 역풍(逆風)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한 당직자는 “여권이 너무 궁지에 몰리면 지금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드는 전혀 예상 밖의 카드를 내놓을지 모른다”고 경계했다.
당의 정세분석팀도 최근 여권에서 흘러나온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론이나 제3후보론의 배경을 파악하는 등 여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몇몇 당직자들은 “안면이 있는 정부 공직자들이 그동안 통 연락이 없다가 전화를 걸어와 민주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화제 삼아 안부를 묻더라”며 “공무원사회에 벌써부터 우리 쪽에 줄을 서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희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또 다음달 초로 예정된 중앙당 후원회에서 잘 하면 100억원까지도 모금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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