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방법으로 헌법상 국방의 의무를 저버린 ‘신의 아들’은 누구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박원사 병역비리 수사의 핵심이다. 특히 정치인들의 병역비리 의혹이 얼마나 밝혀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선 벌써부터 이번에도 별 게 없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박노항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사실 그동안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이름은 모 재벌그룹의 후계자, 대학 교수의 아들, 인기 남성댄스그룹 멤버 정도다.
▷검찰은 컴퓨터단층촬영(CT) 필름 바꿔치기 수법을 동원한 박원사와 서울 모 병원장의 병역비리 커넥션에 상당수 정치인들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이 병원을 뒤졌으나 병원측이 관련 자료를 이미 불태워 버려 물증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고 한다. 게다가 병역비리 연루설이 제기된 정치인들의 경우 대부분 뇌물공여죄의 공소시효(5년)가 지나 수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힘을 얻은 것일까. 당사자들도 “자식이 병역면제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일본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제국이 1000년을 지탱한 힘은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고 분석했다. 이른바 가진 자의 솔선수범은 오늘날에도 유럽사회의 정신적 뿌리라고 할 수 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때 영국의 앤드루 왕자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듯이 전쟁이 나면 상류층 자제들이 앞장서 전장으로 달려나간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합법’을 앞세워 ‘신의 아들’을 감싸고 돌 것인가.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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