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즐기는 과학 주입식 과학

  • 입력 2001년 5월 14일 18시 27분


11일 정보기술(IT) 혁명 심장부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새너제이에서 폐막된 제52회 인텔 국제과학기술경시대회는 38개국 중학 3학년생과 고교생 1200명이 모인 ‘과학올림픽’이었다.

한국은 고교생 2명이 출전해 부산 대동고 3학년 박영준(朴榮俊·18)군이 컴퓨터공학 부문에서 4위를 차지,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교육열이 높은 중국과 대만은 각각 16개, 12개의 상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미국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들이 참가자의 80%를 차지하고 미국의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작품 내용이나 수준에서 최고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총평이었다.

이들은 교육과정에서 한국 학생들과 큰 차이가 있었다. 한국 참가자들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도움을 받았고 ‘대회용’으로 서둘러 작품을 마련했다.

반면 미국 학생들은 평소 수업과정에서 느낀 의문점을 교사와 함께 고민하고 실험하면서 깊이 있는 연구로 발전시켜 작품을 내놓았다. 입상에 대한 ‘강박관념’은 없었으며 과학을 ‘즐기고’ 대회를 축제처럼 여겼다.

후원사인 인텔은 과학교육에 기여한 교사들에게 다양한 특별상과 상금으로 우대했다. 방청객들이 교사들에게 존경이 담긴 기립 박수를 보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과학교육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의 ‘수학 과학 성취도 비교조사’에서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95년 세계 1위이던 초등학교 4학년생들의 과학실력이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5위로 추락했다. 즐기는 과학이 아닌 이론 주입식 과학에 치우친 탓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과학 교육을 맡는 부서도 없는, 과학시간에 발견의 기쁨에서 터져나오는 학생들의 ‘탄성’도 없는 현실에서 ‘과학 한국’을 부르짖는 것으로 과학교육의 경쟁력이 길러질 수 있을까.<새너제이에서>

이인철<이슈부>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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