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계열분리’라는 대국민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지분을 팔면 하이닉스 대주주인 현대상선과 현대중공업이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현대계열사의 하이닉스 주식 취득원가는 △현대상선 5756억원 △현대중공업 5928억원 △현대엘리베이터 842억원 등이다. 계열분리를 위해 이 주식을 시가(14일 종가 4640원 기준)로 팔면 △현대상선 3652억원 △현대중공업 4333억원 △현대엘리베이터 577억원 등 엄청난 매각손실이 발생한다.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당장 매각손실을 확정하면 현대상선과 중공업은 올해 수천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해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된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상선은 작년에 3104억원의 적자를 냈고 부채비율(총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도 1000%에 달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만을 간신히 충당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작년 순이익이 151억원에 불과해 올해 하이닉스 주식 매각손실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하이닉스를 인수할 외국인투자자에게 주식의 소유권만 먼저 넘기고 판매가격은 나중에 결정하는 ‘선(先) 인도, 후(後) 정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자로서는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어서 이 조건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또 이러한 방식이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위한 소유권이전에 해당되는지도 불투명하다.한편 삼성증권은 이날 “채권단의 자금지원으로 하이닉스가 2002년 말까지는 유동성 위험을 크게 줄였지만 2003년부터는 다시 차입금 만기가 돌아와 유동성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삼성증권은 또 “정상적인 투자활동과 금융비용 등에 적어도 3조7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하이닉스의 자금창출능력은 연간 2조원에 불과해 추가적인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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