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金泳鎬·사진)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최근 성균관대와 일본 게이오대학이 주최한 ‘아시아지역의 경제통합’이라는 주제의 국제세미나에서 “일본이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수출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선진 7개국(G7)의 묵인 아래 엔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자국통화가치를 떨어뜨리도록 만드는 등 무역수지와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전장관은 또 “일본이 아시아국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등 아시아 국가의 맹주역할을 자임하는 것과 주변국에 대한 고려없이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은 모순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엔저가 더욱 가속화돼 중국도 위안화를 절하시킬 경우에는 아시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성균관대 경제학과 김인철(金仁哲)교수도 “최근의 엔저현상은 시장의 자연적인 경제현상이라기보다는 선진국간의 ‘환율의 정치경제학’이 연출된 느낌이 짙다”며 “엔저현상은 아시아의 금융질서에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엔이 달러당 14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발표했고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엔이 달러당 16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이와 관련, 한국은행 국제국 조문기(趙文基)팀장은 “최근의 엔저현상은 일본정부가 주도했다기보다는 고달러정책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하고 시장참가자들의 예상과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통화당국이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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