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의 ‘나무 위 시위’를 마치고 내려온 환경정의시민연대 박용신 정책부장(34)은 15일 덥수룩한 수염에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시민단체 동료들과 주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땅에 내려선 박부장은 “그동안 격려해주신 시민 여러분과 동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부장의 나무 위 시위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벌목 위험에 처한 삼나무 원시림을 살리기 위해 2년간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개발을 막아낸 여성 환경운동가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을 모델로 했다.
박 부장은 96년에도 시화호 배수갑문에서 ‘쪽배 시위’를 벌여 썩어가는 시화호를 살려내기 위해 투쟁한 경험도 갖고 있다.
한편 어린이 37명과 함께 대지산 현장을 찾은 재미교포 환경운동가 대니 서(24)는 이번 대지산살리기운동의 경과와 나무 위 시위에 관해 설명을 들은 뒤 “정말 감동적이다. 어린이들에게 좋은 모범이 될 것 같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이에 앞서 환경정의시민연대는 지난달 29일부터 벌여온 나무 위 시위를 포함해 대지산 살리기 시민실천운동을 이날로 끝낸다고 밝혔다.
환경정의시민연대와 토지공사 죽전개발단은 28만㎡의 녹지를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전하기 위한 실무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죽전개발단 이승우 개발부장은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녹지를 보전하고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용인〓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