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외진 구석에서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자라고 있던 버섯은 문득 낯설고 외진 곳에서 작업해온 작가 자신과 비슷한 존재임을 느낀다.
홍익대와 파리 국립미술대를 졸업한 재불 작가 윤향란(41)은 이렇게 자신의 모습을 버섯에 투영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16∼25일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갖는다.
작가는 일차적으로 종이 위에 버섯의 형태를 목탄으로 자유스럽게 드로잉한 후 캔버스 위에 이를 붙인다.
그리고 이를 물에 담그고 충분히 부풀린 후 꺼내 무작위로 뜯어낸다. 뜯어낸 드로잉 조각들을 화면에 재구성해 다시 붙인다. 종이를 뜯어낸 흔적과 종이가 다시 붙여져서 생기는 불규칙적인 흔적들은 드로잉의 연장으로서 작품을 더욱 회화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작가가 빠르게 그린 버섯의 줄무늬는 버섯의 생명력을 표현한다. 특히 붙이고 뜯어내고 지우는 작업은 참된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 거짓된 자아를 지우는 행위로 그의 작품들에 철학적 깊이를 더해 준다. 02-733-5877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