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01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은 이렇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여기에는 데뷔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악동’의 이미지 대신 성숙한 스타의 면모가 물씬 우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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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투표에서 아이버슨을 선택했던 한 기자는 “우리가 좀더 일찍 아이버슨을 선택했다면 끔찍했을 것이다. 기다림 끝에 비로소 진정한 스타를 얻었다”고 밝혔다.
훈련에 늦거나 빼먹기를 밥먹듯 해온 아이버슨이 이처럼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재주는 있지만 독단적이고 게으른 천재는 당연히 필라델피아 감독 래리 브라운(61)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었다. 97∼98시즌 필라델피아 감독으로 부임한 브라운은 99∼2000시즌을 마친 지난해 여름 아이버슨의 트레이드를 시도했을 정도.
하지만 두 사람은 그들의 어머니를 통해 극적인 화해를 이루며 영광을 함께 이뤘다.
필라델피아의 홈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면 언제나 붉은 장미를 든 채 이들을 먼저 기다리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아이버슨의 어머니 앤(39)과 브라운 감독의 어머니 앤(92)이 바로 그들. “내 아들이 승리를 이끌었다”는 말다툼으로 시작된 이들의 첫 만남은 두 사람 모두 홀몸으로 아들을 키운 사실을 알게 된 뒤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항상 으르렁대던 선수와 감독의 관계까지 화해시키기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공통점도 많다. 편모에다 어머니의 이름이 같고 두 사람 모두 자신이 활약할 당시 최단신 그룹에 속했던 것. 이런 공통점을 바탕으로 신뢰관계가 형성되며 아이버슨과 브라운은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아이버슨은 최고의 영예인 MVP에, 브라운은 감독으로서 역대 통산 3번째 1000승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이날 시상식장에서 아이버슨의 MVP 등극을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축하해준 사람이 바로 브라운 감독이었다.
16일 투표에서 역대 최단신, 최경량(74.8㎏) MVP에 선정된 아이버슨은 올스타전 MVP와 정규리그에 이어 플레이오프 MVP까지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하지만 올 시즌 전 흑인과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랩음반을 출반하려다 중단한 것이나 올 초 자신을 비난하는 팬에게 모욕적인 욕설을 퍼붓다 5000달러의 벌금을 문 것은 그가 최고의 스타로 거듭나기 위해 얼마나 더 성숙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들. 경기 외적인 면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진정한 후계자로 존경받을 수 있지 않을까.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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