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직후 정부는 후진적 경제운용체제에서 벗어나 우리경제를 세계기준의 새로운 시장규율에 편입시킨다는 목표를 설정했었다. 그리고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공정한 경쟁풍토 조성과 경영의 투명성을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결과는 어떤가. 공정경쟁은 지연과 학연을 앞세운 연고주의에 압도되고 거래관행은 갈수록 투명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 정부 들어 추진되어 온 개혁의 결과는 국민의 눈에 이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번 의식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만 놓고 보면 정부의 시장개혁이 실패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시장의 시스템은 개혁됐지만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개혁의 성과를 국민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갈수록 퇴색하는 표피적 성과로만 인식될 뿐이다.
정부는 시장개혁 정책이 왜 이런 인상을 주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토록 강한 민심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되는 공기업의 낙하산인사와 정부요직의 특정지역 편중인사는 경쟁보다 연고가 중요하다는 인상을 국민의 뇌리에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정부가 규칙을 흔들어 놓고 국민에게 의식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의식개혁이 필요한 계층을 공무원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98년 말에 비해 증가했다는 것도 공공부문 개혁이 부진했음을 의미한다. 그런 상태의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해 개혁을 촉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경제의식조사에 비친 현정권 집권 3년반 동안의 개혁성적표는 날이 갈수록 점수가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권의 치적에 대한 ‘채점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경제의 품질이 실질적으로 향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고보다 공정경쟁이 중시되는 시장규율을 세우기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인사와 정책수립 및 집행과정에서 도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공정하고 정직한 인사와 정책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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