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 지더라도 쉽게 지진 않겠다.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지겠다.”
16일 전격적으로 LG 지휘봉을 잡게 된 김성근 감독대행은 경기 전 두가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LG는 달라진 모습으로 이겼다.
양준혁을 파격적으로 톱타자에 기용하는 등 종전타선을 뒤흔든 건 ‘변화’였고 9회말 극적으로 승리를 따낸 건 ‘근성’이었다.
승부는 3-3인 9회에 갈렸다. 양 팀은 똑같이 만루의 찬스를 맞았지만 승리의 여신은 LG쪽에 미소를 지었다.
두산은 9회초 공격에서 무사만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뼈아팠다. 톱타자 정수근이 내야 뜬공으로 아웃된 뒤 장원진 타석에서 3루땅볼이 나왔을 때 1루주자 김민호가 병살을 막기 위해 LG 2루수 이종열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2루심은 ‘수비방해’로 타자주자도 아웃을 선언.
간신히 한숨을 돌린 LG는 9회말 반격에서 조인성의 볼넷과 유지현의 기막힌 번트안타로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희생번트와 고의볼넷으로 1사 만루. 김성근 감독대행이 이례적으로 5번타순에 갖다 놓은 이병규는 2루수 이종민 옆을 스치는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4-3 승리의 주역이 됐다. 안타 뒤 이병규와 LG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감격을 표시하며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이날 승리가 얼마나 귀중했는지를 보여줬다.
삼성 역시 대구 롯데전에서 짜릿한 9회말 승리를 따냈다. 이 경기의 히어로는 올해 한화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김승권. 그는 4-4 동점인 9회말 1사 1, 3루에서 좌측 담장을 넘는 끝내기 3점홈런으로 영웅이 됐다.
광주경기에선 해태가 홈런 4개를집중시키며SK를 6-1로 완파했다.해태는 6득점가운데 5점을 홈런으로만 뽑아내는 장타력을 과시.지난해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두자릿수 팀홈런(86개)으로 꼴찌에 그쳤던 해태는 ‘화끈한 공격야구’를 표방한 김성한 감독의 의지대로 16일까지 40홈런을 뽑아내 현대(46개) 삼성(41개)에 이어 팀홈런 3위를 달리고 있다.
<장환수·김상수·김종석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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