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다른 기업들이 스톡옵션을 줄 때 CEO와 다른 임원들의 격차가 크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한미은행도 지난해 주총 땐 행장(CEO)에게 전체 스톡옵션의 12.3%(20만주)만 줬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스톡옵션을 행장에게 몰리게 한 것은 미국식 경영성과 배분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행장이 받은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은 이날 종가(7850원)보다 낮은 7310원에 불과해 그는 수백억원의 차익을 누릴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다른 한가지 특징은 금융계의 CEO가 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 행장은 국내 은행업계에서 처음으로 ‘40대 행장시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가장 젊었던 행장은 지난해 50세로 취임한 강정원(姜正元·51) 서울은행장. 3월 취임한 이덕훈(李德勳·53) 한빛은행장도 비교적 젊은 편. 여기에 황영기(黃永基·49) 삼성투신운용 대표도 조만간 삼성증권 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이어서 금융계 CEO의 ‘세대교체’ 바람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장은 그동안 빨라야 50대 후반에서 되고 60대 행장도 많았다. 이날 이사회 의장으로 한발 물러난 신동혁(申東爀) 전행장과 위성복(魏聖復) 조흥은행장은 62세다. 김정태(金政泰·54) 주택은행장과 호리에 제일은행장(55)이 상대적으로 젊으나 대부분은 58, 59세다.
50년대에 태어난 젊은 CEO들은 해외에서 공부한 뒤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이 제도를 정비하는 하드웨어에 치우쳤다면 이제부터는 선진금융기법을 체득한 젊은 행장들이 전면에 나서 금융계의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하 행장이 17일 취임식을 한미은행 본점 20층 강당에서 칵테일파티 형식으로 하는 파격을 보인 것은 앞으로 방향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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